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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체험만 할 게 아니라 즐기게 만들어야죠”

입력 | 2014-09-20 03:00:00

[토요스케치]古宅 리조트 설계한 ‘현대건축 전문가’ 김찬중 교수




‘구름에’의 실내 인테리어를 담당한 김찬중 경희대 건축학과 교수(건축사무소 ‘더 시스템 랩’ 대표). 더 시스템 랩 제공

김찬중 경희대 건축학과 교수(45)는 ‘구름에’를 탄생시킨 주역 중 한 명이다. 그는 구름에 고택들의 내부를 새롭게 꾸미는 역할을 맡았다.

건축업계에서는 40대 젊은 건축가, 그것도 현대적인 건축물을 설계해 온 김 교수가 고택 인테리어 설계를 맡았다는 게 화제가 됐다. 실제로 김 교수의 대표적인 건축물로는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 인근 ‘폴 스미스’ 매장, 서초구 반포대로 KH바텍 사옥 건물 등이 꼽힌다. 그의 말처럼 ‘현대적이어도 아주 현대적인 느낌이 나는 건물’들이다.

김 교수는 “구름에의 콘셉트는 겉은 전통 한옥이지만 속은 현대적인 시설을 갖춘 ‘야누스의 두 얼굴’ 같은 건축물”이라며 “전통 건축에 대해 잘 몰라서 오히려 과감하게 현대적인 요소를 인테리어에 담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고택임에도 현대적인 인테리어를 강조한 이유는 단순히 자신이 현대 건축 전문가여서는 아니다. 이용하는 사람들의 생활방식을 담아내지 못하면 결국 사람이 찾지 않는 죽은 건축물이 될 수밖에 없다는 문제의식 때문이었다.

김 교수는 “(나같이) 건축 전문가이고, 고택에 관심이 있는 사람도 화장실과 샤워시설이 쾌적하지 않고, 냉방이나 난방시설도 현대적이지 않은 고택에서 하루 이상 머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며 “이용하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현대적인 인테리어를 지향했다”고 설명했다. 또 “‘고택을 있는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분들을 상대로 ‘체험하는 고택이 아니라 즐기는 고택을 만들어야 사람들이 계속 찾는다’는 논리를 강조했다”며 “어려움도 있었지만 다행히 서로 적절히 의견을 조율할 수 있어 구름에를 탄생시킬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구름에가 세상에 선보인 뒤 김 교수에게도 작은 변화가 생겼다. 김 교수 스스로 고택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은 물론이고 전통 건축을 연구하는 학회나 단체에서도 김 교수에게 학회 참석 등을 제안해 오고 있다.

김 교수는 “구름에가 한국 고택의 특별한 모델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에서 고택과 현대적인 건축의 조화로운 만남에 대한 관심도 더욱 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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