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일본 언론들은 ‘정치적 결정이 빠른 한국의 대통령제’를 부러워했다. 그런 일본에서 한국정치의 경쟁력이 비웃음거리가 되고 있는 것 같아 썩 유쾌하지는 않다. 그럼에도 틀린 것도 별로 없는 기사라서 더 불쾌하다. 과거 독재정권 시절엔 계엄과 군대의 총검이 국회를 봉쇄했지만 2012년 개정된 국회법은 야당이 3분의 1 의석만 있으면 어떤 법안 처리도 사실상 가로막을 수 있는 칼자루를 쥐여주었다. ‘차라리 국회를 해산하라’는 비명 속에는 과잉민주주의가 낳은 신종독재에 대한 국민의 무력감, 절망감이 부글거리고 있다.
▷내각제인 일본에선 2005년 우정공사개혁(민영화)법안이 야당과 일부 자민당 의원들의 반대로 좌절되자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단칼에 의회를 해산시켰다. 그러곤 총선에서 의석의 3분의 2를 얻어 국정을 처리해 버렸다. 세월호법에 막힌 국회 마비가 계속되면 일본처럼 내각제로 가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할지 알 수 없다.
박성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