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신임 비상대책위원장은 어제 당 연석회의에서 “국회의 당면 급선무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라며 ‘유족과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 법’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 부여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인식을 비친 것과는 전혀 다른 소리다. 어느 쪽이 본심인지 모르겠지만 문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여야가 합의하면 이 문제가 해결되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벽을 쳐’ 합의가 안 된다는 투로 말했다. 이런 식이라면 새 비대위가 정국 정상화를 이끌어낼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는 그제 비대위원장으로 내정된 직후 기자회견에서 “강력한 야당이 있어야 대통령과 여당이 바로 설 수 있다”며 “꼭 도와 달라. 살려 달라”고 호소했다. 창당 이후 최저인 당 지지율이 말해주듯 새정치연합이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는 것은 여당 탓도, 대통령 탓도 아닌 바로 자신들 탓이다. 등 돌린 국민에게 살려 달라고 말할 게 아니라 살 수 있는 길로 스스로 가면 된다.
정국을 꽉 막고 있는 ‘수사권 기소권 문제’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는 점은 새정연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맨 처음 새누리당과의 협상 때 이미 접었던 사안이다. 그 대안으로 나온 것이 특검 구성과 관련한 여야 합의안이었다. 이에 유족이 반발하자 새정연 강경파를 중심으로 두 번이나 합의를 파기해 당이 결국 이 지경이 된 것이다. 문 위원장이 진정 당을 살리고 정국 경색을 풀 의지가 있다면 유족과 당내 강경파의 비위나 맞출 것이 아니라 그들을 설득해 합리적인 세월호 특별법안을 마련해야 한다. 설득이 안 되면 절연(絶緣)이라도 해야 할 것이다. 그게 바로 다수 국민이 바라는 바다.
문제는 문 위원장 같은 관리형 임시 대표가 파벌주의의 암을 도려낼 수 있느냐다. 그는 대선 패배 직후인 작년 1월에도 비대위원장을 맡아 ‘대선 패배 보고서’를 내는 등 혁신 방안을 제시했지만 친노의 반발에 흐지부지 끝내고 말았다. 이번에도 문 위원장이 친노와 유족 등 ‘세월호 강경파’에 끌려다니다간 비대위원장을 안 맡은 것만도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