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의 스포츠/마르크 페렐망 지음/이현웅 옮김/320쪽·1만5000원/도서출판 삼화

스포츠 쇼 앞에서는 그 어떤 비판도 무력하다. 아니 비판적 칼날을 들이대기가 애초에 불가능하다. 하루하루 밥벌이에 허덕이는 노동자들도 월드컵 축구에서 자기 나라의 승패에 목을 맨다. 빈곤층일수록 더욱 그렇다.
그들은 2014 브라질 월드컵경기장 건설현장에서 비정규직 인부 수십 명이 숨진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수많은 주민이 도시 외곽으로 쫓겨난 것도 강 건너 불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나 국제축구연맹(FIFA)의 끝없는 탐욕은 아예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도대체 스포츠란 무엇인가. ‘스포츠를 즐긴다’는 말이 가당키나 한가. 그렇다. 스포츠는 현실을 묻지 않는다. 우리의 삶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저 ‘끊임없이 반복 상영되는 영화’ 같은 것이다.
문제는 누가 뭐래도 스포츠는 계속된다는 것이다. 너도나도 TV 앞에 앉아 넋이 나갈 것이다. 순식간에 시선이 고정되고, 머리가 마비될 것이다. 그렇다. 현대스포츠는 종교다. 신(우승자)도 있고, 천국(승리)도 있고, 지옥(패배)도 있다. 거대한 신전(경기장)에서 사람들은 마치 마약에 취한 것처럼 미친 듯이 환호하고, 땅이 꺼질 듯이 탄식한다. 현대스포츠는 이미 인간 통제의 손을 벗어났다. ‘꽃을 든 괴물’이 됐다.
김화성 전문기자 mar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