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하고 드라마 촬영지 보면 끝… 서울 벗어나면 언어소통 잘 안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7년 방한 외국인은 2000만 명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런 희망 섞인 전망과는 달리 쇼핑을 제외하면 ‘볼거리’ ‘구경거리’가 없다는 지적도 많다. 동아일보DB
둘째 날과 셋째 날도 쇼핑으로 시간을 보낸 그는 “한국에는 만리장성이나 에펠탑처럼 한국만의 볼거리가 부족하다. 다시 한국에 오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며 아쉬움에 고개를 저었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1200만 명을 돌파했다. 올해는 인천 아시아경기와 중국인 관광객의 증가로 1300만 명을 무난히 넘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증가세가 계속되면’이란 전제하에 2017년에는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2000만 명이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이런 전제 자체가 틀릴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현장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는 부족한 관광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3 외래 관광객 실태’에 따르면 지난해 방한한 외국인의 61%(중복응답)가 한국을 찾은 이유로 ‘쇼핑’을 꼽았다. ‘역사·문화 유적’을 목적으로 꼽은 응답자는 17.7%에 불과했고 ‘패션 등 세련된 문화 체험’은 14.8%, ‘길거리 관광’은 11.7%, ‘유흥·놀이시설 이용’은 9.8%에 그쳤다.
‘살거리’는 많은데 ‘볼거리’ ‘할거리’ ‘먹을거리’는 태부족이다. 재방문 요인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지역에서 개최되는 수준 높은 축제를 잘 홍보해 서울 중심의 쇼핑 관광에서 외연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백인에게는 상냥하지만 아시아권 관광객들을 차별하는 한국인의 ‘반쪽 친절’도 여전히 문제로 꼽힌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여행 시 좋았던 점으로 ‘친절함’을 1위로 꼽은 외국인은 대부분 영국(79.3%), 독일(78.1%), 프랑스(73.4%), 미국(73.4%) 관광객이었다. 반면 ‘친절함’을 1위로 꼽은 대만, 태국 관광객은 각각 31.5%, 22.2% 수준에 불과했다.
지난달 한국에 여행차 방문했던 태국인 차 로엔 피 야싱 씨(23)는 “택시에서 내리기 전 가방을 챙기고 있었는데 택시기사가 요금을 빨리 내라며 소리를 질렀다. 식당이나 관광지에서도 무시하고 차별당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서울만 벗어나면 언어 소통이 잘 안되는 문제도 여전히 걸림돌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불편사항으로 꼽은 1위(중복응답)는 ‘언어 소통’(45.2%)이었다. 특히 말레이시아(79.9%), 인도(76%), 싱가포르(71.2%), 태국(64.1%) 등 아시아 관광객의 불만이 높았다.
한국방문위원회의 한경아 사무국장은 “외국 관광객 2000만 명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처음 방문했을 때 느낀 문제점을 해결해 재방문을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관광객 통역 지원 프로그램을 늘리고, 서비스 개선 캠페인 등을 통해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