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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숲에 숨어든 오피방… “역삼역 도보 3분” SNS홍보

입력 | 2014-09-22 03:00:00

[프리미엄 리포트/성매매특별법 10년, 신-변종 판친다]
法 비웃는 성매매 현장




“어느 사이트에서 보고 전화 걸었어요?”(‘오피방’ 접선책) “○○요.”(기자)

17일 오후 11시 25분. 취재진은 ‘오피방’(성매매가 이뤄지는 오피스텔) 단속에 나선 서울 강남경찰서 생활질서계 경찰관의 지시에 따라 술에 취한 직장인으로 가장하고 인터넷에 나와 있는 오피방에 전화를 걸었다. 접선책은 “최근 어느 오피방에 다녀왔느냐”고 물었고 기자는 경찰이 알려준 또 다른 오피방 주소를 댔다. 실제 성매매 경험이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였다.

약 5분 뒤 오피스텔 번지수가 적힌 ‘삼성동 1××’라는 문자메시지에 이어 “선릉역 10번 출구로 오라”는 전화가 왔다. 전철역 앞에서 15만 원을 주자 눈치를 살피던 접선책은 그제야 ‘오피방’이 오피스텔 몇 호실인지 알려줬다. 이날 경찰은 손님을 가장해 삼성동 오피스텔 내부에 차려진 ‘오피방’과 변종 유사성행위업소인 ‘립카페’를 단속했다.

이날 단속된 30대 중반의 립카페 업주는 “평일에도 하루 평균 남성 50명가량이 찾아온다”며 “밤이 아니라 점심시간 등 자투리 시간에 업소를 찾는 직장인도 많다”고 말했다.

2000년과 2001년 전북 군산시 대명동과 개복동 성매매 집결지에서 발생한 화재 참사로 성매매 여성들의 비참한 현실이 알려지면서 2004년 9월 23일 본인의 의사에 반해 성매매하는 여성을 성매매 피해자로 규정하는 한편 성매매를 엄격하게 처벌하는 성매매 특별법이 시행됐지만 성매매 산업은 건재하다. 그 중심에는 오피방, 건마(퇴폐마사지), 키스방, 핸플(손을 사용한 유사성행위 업소)등의 신·변종 업소가 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오피스텔 건물 모습(왼쪽 사진). 이 건물 오피스텔 2곳에서는 17일 강남경찰서 생활질서계에서 단속하기 전까지 오피스텔 성매매가 버젓이 이뤄지고 있었다. 오른쪽 사진은 단속 중 적발된 성매매 여성이 경찰 앞에서 진술서를 쓰고 있는 모습.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 신·변종 업소 대표주자는 ‘오피방’

본보 취재진이 신·변종 성매매 업소 지도를 작성해본 결과 성구매 수요자가 몰려있는 대형 빌딩 밀집지역에 성매매 업소가 많았다. 광역자치단체별로는 서울에 전체 업소의 45.0%(272개)가 몰려 있었고 강남구에만 전체의 24.6%(149개)가 밀집해 있었다. 이 지역은 직장인이 많을 뿐 아니라 오피스텔도 많아 성매매 장소를 확보하기 쉽다. 이 업소들은 ‘역삼역 3번 출구, 도보 3분 거리’ 등 접근성을 내세워 홍보를 하고 있었다. 오피방을 운영하는 A 씨는 “역삼동에는 사실 건물 하나 건너마다 신·변종 성매매 업소가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분석한 결과 사무용 빌딩 등이 아니라 주택가를 중심으로 형성된 동네에서도 신·변종 업소가 영업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신·변종 성매매 업소가 발견된 동은 모두 128개. 이 중 상당수는 기존에 성매매 업소가 있다고 회자된 적이 거의 없는 곳이었다.

조사된 신·변종 업소 중 가장 많은 것은 단연 ‘오피방’이었다. 전체 신·변종업소의 45.6%(276개)를 차지했다. 뒤이어 건마가 31.4%(190개), 키스방이 14.5%(88개)였다.

○ ‘바지사장’ 내세워 영업 지속

문제는 신·변종 업소의 단속이 어렵다는 점이다. 경찰청은 2006년 4월에도 서울 강남구 역삼동 A호텔 일대 등 신·변종 성매매 업소가 밀집한 지역 24곳을 ‘성매매 적색지역’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도 서울 역삼동, 부산 부전동, 인천 부평동, 경기 수원시 인계동 등 7개 지역에서 여전히 신·변종 성매매 업소가 발견됐다.

신·변종 성매매 수법은 하루가 멀다 하고 진화하지만 이를 근절하기 위한 법령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남윤인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신·변종 성매매 알선은 유흥주점이나 단란주점, 퇴폐이발소 등과 달리 식품위생법 등이 규율하지 않는 자유업종 영업소에서 발생해 적발해도 영업장 폐쇄 같은 행정처분을 할 근거가 없다”며 “법으로 규율하지 않는 영업소도 성매매 알선이나 장소를 제공할 경우 영업 정지 및 폐쇄할 수 있도록 입법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업소의 매출과 비교하면 성매매 알선 벌금도 업주들에게는 부담이 되지 않는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립카페 업주 C 씨는 “1년에 두 차례 정도 단속을 당하는 업소가 대부분이지만 벌금이 500만 원가량이어서 세금 낸다고 친다”고 말했다.

○ 전국 성매매 집결지도 영업 여전

17일 오후 8시 서울 성북구 ‘미아리 텍사스’. 기자가 ‘미성년자 출입금지’라고 쓰인 발을 들치고 들어섰지만 골목길은 어두울 뿐 성매매 집결지로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내 한 30대 남성 손님이 50대 여성(호객꾼)과 함께 오자 사정이 달라졌다.

이 여성이 “어떤 스타일 좋아해?”라며 건물 미닫이문을 열고 검고 두꺼운 장막을 들추자 홍등(紅燈) 불빛이 밖으로 퍼져 나왔다. ‘미아리 텍사스’는 장막 뒤로 숨었을 뿐 수십 개 업소가 여전히 성업 중이었다.

한때 경찰이 뿌리를 뽑았다던 대전 중구 유천동을 비롯한 성매매 집결지 업소들도 영업을 지속하고 있다. 룸살롱과 단란주점도 2004년에는 3만828개였지만 2014년에는 4만5032개로 늘었다.

조종엽 jjj@donga.com·백연상·곽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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