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 반도 합병을 놓고 맞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일본 도쿄(東京)에서 ‘유령 소유 부동산’으로 묘한 대치 상태에 놓여 있다.
20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옛 소련은 1927년 12월 도쿄 미나토(港) 구 도쿄타워 옆 1만325m²를 사들여 러시아대사관을 지었다. 지금도 등기부에는 1991년 해체된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이 소유자로 올라 있다. 인근 상업지역의 m²당 기준지가가 233만 엔(약 2234만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사관 땅의 가치는 2300억 원을 넘는다.
하지만 소련 해체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소련 산하 15개국은 1994년 12월 대사관이나 국영 항공사 사무소 등 외국에 있는 소련의 자산과 채무를 모두 러시아가 인수한다는 협정을 맺었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측은 “러시아가 소련의 빚을 전액 갚았기 때문에 소련의 재산은 러시아의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 측은 “소련 자산이 채무보다 많았다. 빚을 뺀 나머지 자산을 나눠야 한다”고 반박한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제3국들은 정부 재량으로 소유권을 러시아에 옮겨줬지만 일본은 ‘당사자 간 합의가 필요하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러시아대사관 땅뿐만 아니라 러시아 통상대표부(도쿄 미나토 구), 대사관 부속 보육소(가나가와·神奈川 현 가마쿠라·鎌倉 시) 등 10건의 부동산을 놓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소유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