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21일 일요일 맑음. 가을의 잡음. #124 Solveig Slettahjell ‘Wild Horses’ (2011년)
2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첫 내한무대를 연 노르웨이 재즈 가수 솔베이 슬레타옐. 이다영 제공
‘슈퍼스타K’와 야외 음악 축제의 쨍쨍함을 피해 숨어든 20일 밤 제2회 유러피안 재즈 페스티벌(19∼21일) 둘째 날의 하이라이트는 노르웨이 재즈 가수 솔베이 슬레타옐(43)의 무대였다. 그 나라 재즈 트리오 ‘인 더 컨트리’의 리더 모르텐 크베닐의 피아노와 전자 음향만을 반주로 해 그가 부른 라디오헤드의 ‘데어 데어’, 애니 레녹스의 ‘더 새디스트 송 아이브 갓’이 인상적이었다. 뮤지컬을 주로 상연하는 광림아트센터 BBCH홀(서울 강남구 논현로 163길)의 조명과 분위기는 이런 공연과 잘 어울렸다.
크베닐은 라디오 수신과 음파 변형이 가능한 초소형 신시사이저 OP-1과 기타 이펙터를 이용해 내는 잡음을 그랜드 피아노 타건과 실시간으로 섞어내느라 바빴다. 열창하는 슬레타옐의 옆얼굴을 멜로 영화의 가장 슬픈 장면처럼 애처롭게 바라보다가 이내 정강이를 걷어차인 축구선수처럼 눈을 질끈 감고 잡음과 평균율을 동시에 연주하는 그의 표정이 재미났다. ‘데어 데어’, ‘와일드 호시스’(롤링 스톤스)의 노랫말 속 나뭇가지와 야생마는 추운 나라로 달려가고 싶은 듯 보였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