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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식, 절대로 사지 마세요”

입력 | 2014-09-23 03:00:00

한화증권 파격행보 눈길… 고객 보호 위해 ‘고위험 종목’ 공개
1년전 주진형 사장 취임 이후… ‘자아비판 보고서’ 내놓기도
“잘못된 관행 바로잡아” 평가속… “업계를 비도덕집단 몰아” 비난도




“이 종목, 향후 전망 괜찮습니다. ‘매수’하세요.”

증권사에서 발간하는 보고서를 보면 고개가 갸웃거려질 때가 많다. 모든 주식이 좋을 순 없는데도 증권사 보고서는 긍정적인 평가 일색이다. 매도하라는 주문이나 위험하다는 조언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 같은 현실에서 ‘고객과의 신뢰 회복’을 목표로 내건 한화투자증권의 파격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주식투자 고객의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분기마다 고위험등급 주식을 선정해 고객에게 투자 자제를 권유하기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고위험등급 주식’은 다른 주식에 비해 손실 위험이 큰 것으로 판단되는 주식으로, 리서치센터에서 정량적 분석(퀀트) 기법을 적용해 가려냈다. 자본건전성이 좋지 않아 자본잠식이 진행 중인 기업, 부채비율이 높아 이자비용이 영업이익을 초과하는 기업, 영업이익이 적자인데도 과도하게 고평가된 기업 등이 고위험등급 주식 후보다.

이날 발표한 올해 4분기(10∼12월) 고위험등급 주식에는 전체 분석 대상 종목 1741개 중 80개 종목(거래소 지정 관리종목 43개 포함)이 포함됐다. STX STX엔진 STX중공업 녹십자셀 동부하이텍 로케트전기 등이 이름을 올렸다. 한화투자증권 온라인증권거래시스템(HTS)에서 투자대상 주식을 선택할 때 현재가 조회화면 및 주문 실행화면에서 고위험등급 주식 여부가 표시된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최근 22개 분기 동안 고위험 주식에 해당하는 종목들의 주가 움직임을 분석했더니 고위험 주식의 조건이 충족된 시점 이후 6개월간 주가가 평균 19.5%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9월 주진형 사장이 취임한 이후 파격적인 실험을 계속해 왔다. 매일 아침 증권사가 내놓는 리포트에서 ‘매도’ 의견을 10% 이상 담도록 했다. 팔아야 할 종목이 있다면 기업이나 주주 눈치를 보지 않고 팔라고 말하겠다는 것이다.

잦은 매매를 유도하는 관행을 깨기 위해 고객의 주문금액 대신 주문 건별로 정액 수수료를 부과하고, 수수료 수입에 따라 지급해온 성과급 제도도 없앴다. 과다한 주식매매가 거래비용 부담으로 이어져 수익률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자아비판’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증권사 직원의 조언을 받은 투자자의 수익률이 그렇지 않은 투자자보다 오히려 낮았다는 것이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일단 팔고 보는 관행에서 벗어나겠다는 취지로 핵심펀드 위주로 펀드 숫자를 줄였다. 개인투자자들이 이해하기 어렵던 보고서를 쉬운 용어와 그림 등 시각물 위주로 재편했다.

잇따른 파격 행보에 여의도 안팎의 반응은 엇갈린다. “업계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있다”는 응원의 목소리가 있는 반면, “업계 전체를 비도덕적인 집단으로 몰아간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주진형 사장은 “심하게 말해 증권사들이 수수료만을 위한 장사를 했다고 비난을 받아도 떳떳하게 변명하기가 궁색할 정도였다”며 “기본으로 돌아가 회사의 영업 방식을 과감하게 고객 관점으로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