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이 부른 ‘송광용 미스터리’… 대통령 순방 차질 우려해 쉬쉬했나
이재명·정치부
청와대는 왜 얼마든지 설명할 수 있는 사퇴 이유를 꼭꼭 숨겨 의혹을 눈덩이처럼 부풀렸을까.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해외 순방에 나선 날, 왜 국민의 이목이 대통령 순방이 아니라 송 전 수석 사퇴에 쏠리도록 만들었을까. 더욱이 전격적인 사퇴로 송 전 수석이 엄청난 비리를 저지른 것처럼 만든 건 또 무슨 경우인가.
모든 선의와 이해심을 동원해 해석하면 이렇다. 청와대는 송 전 수석이 서울교대 총장 재직 당시 개설한 ‘1+3 국제특별전형’과 관련해 경찰의 조사를 받은 사실을 인사검증 과정에서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까지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선의는 모두 묻혀버렸다. 솔직하게 얘기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면서 청와대의 신뢰만 깎아먹었다. 또 하나의 ‘인사 실패’ 사례만 더 도드라져 보이게 만들었다. 시작할 때도 대충 넘어갔고, 마무리할 때도 “개인적 문제”라며 입을 닫으면서 대국민 소통 운운한다면 국정을 너무 안이하게 보는 것이다.
현 정부에서 되풀이되는 인사 실패 사례를 되짚어 보면 검증 실패의 측면도 있지만 이 인사를 왜 임명하려 하는지 국민과 충분히 소통하지 않으면서 빚어진 ‘이해 실패’의 측면도 강하다. 하지만 청와대는 숱한 실패 속에서 여전히 실패하지 않는 방법을 배우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청와대가 대통령 한 사람만 쳐다보면서 국민과 소통하는 방법을 잊은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는 현실을 곱씹어 봐야 한다. ‘송광용 미스터리’가 ‘송광용 교훈’으로 발전하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오타와=이재명·정치부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