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코리아 프로젝트 2년차/준비해야 하나 된다]통합교육 현장을 가다
《 독일 베를린자유대의 하네스 베냐민 모슬러 교수와 올리버 바리슈 박사는 같은 또래로 독일 내 젊은 지한파 주자들이다. 베를린 장벽을 사이에 두고 동·서독에서 각각 자란 이들은 서로 다른 통일과정을 경험했다. 이들이 한국에 조언하는 ‘성공적 통일법’에 대해 들어봤다. 인터뷰는 연구실과 도심 식당에서 각각 이뤄졌다. 》
▼ “한국내 통일에 대한 이견 해결이 우선” ▼
서독출신 하네스 베냐민 모슬러 교수
통일 직후 동독의 주요 대학은 서독 출신 교수들로 채워졌다. 모슬러 교수는 “한때 존경받던 동독 학자들은 하루아침에 실직자로 전락했고 재기하지 못했다”며 “북한 학자나 엘리트들이 변화를 가장 두려워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나마 고무적인 것은 독일 대학의 평준화로 ‘통일 후 교육 시스템’에서 성장한 옛 동독 지역 출신 젊은 학자들도 이젠 지역차별 없이 실력만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됐다고 그는 덧붙였다.
20여 년 전 여행에 나섰다가 한국의 매력에 빠진 그는 홈볼트대 한국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에서 정치학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최근 한국의 ‘통일 대박론’에 대해 “대박이 나려면 한국 내 통일에 대한 의견차와 대립이라는 큰 과제를 넘어야 한다”며 “심각한 남한 내부의 이른바 ‘남남갈등’을 해결하지 않고 통일한다면 한국 사회가 세 갈래로 갈라지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北주민에 자본주의 교육 미리 시켜야” ▼
동독출신 올리버 바리슈 박사
그는 “동독에서는 국가가 국민에게 직업을 제공할 의무가 있었다. 하지만 자유시장 경제는 그렇지 않았다. 동독 공무원이던 40대 초반의 부모님이나 지인들은 통일 후 새로운 환경에서의 각양각색 도전을 거치며 이런 사실을 피부로 직접 느껴야 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어렸던 자신은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자라는 ‘행운’을 누렸다고 한다. “동·서독 간 민감한 역사인 제1, 2차 세계대전은 9학년(중학교 3년) 역사시간에 배우기 때문에 어릴수록 충격은 덜한 편이였다”고 말했다.
바리슈 박사는 “그러나 20세에 군대에서 여러 지역 출신들과 부대끼면서 억양뿐 아니라 문화나 가치관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며 “이른바 ‘머릿속 보이지 않는 장벽’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겉은 통일됐지만 서로의 역사를 배우고 토론하는 쌍방향적인 커리큘럼으로 진정한 통합이 필요하다고 느낀 것도 그때였다.
그는 또 “동·서독 간 경제적 사회적 격차는 아직도 여전하다”며 “동독 내 투자자본의 95%가 서독의 기업 또는 개인이 소유하고 있다”며 여전히 ‘벽’이 남아 있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