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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독 학생들, 해외봉사활동 통해 마음의 벽 허물어”

입력 | 2014-09-23 03:00:00

[통일코리아 프로젝트 2년차/준비해야 하나 된다]통합교육 현장을 가다
리히터 드레스덴 정치교육센터 소장… 1991년부터 청소년 통합교육 주력
“통합은 주변 일상에서 시작해야”




“제3국에서는 모두가 독일인입니다. 동·서독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의미 없는 일이지요.”

통합 교육 전문가인 프랑크 리히터 작센 주 드레스덴 정치교육센터 소장(사진)은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후 동·서독 교육 현장에서 깨달은 경험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1991년부터 드레스덴 지역 거주자들을 중심으로 실시한 하계 프로그램을 통해 동·서독 출신 초중고교생들이 하나로 느끼게 된 봉사활동을 그 사례로 꼽았다.

방학을 맞은 동·서독 지역 초중고교생들은 아프리카 등 제3국 빈민 지역을 찾아 현지인들을 위한 집짓기 봉사활동을 했다. 여름을 함께 보내는 이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에 대한 마음의 벽을 허물고 상호 이해의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한다.

그는 “현지 빈민을 위해 집을 지어주는 공동의 목표를 함께 이루며 동질감을 극복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며 “이를 통해 동·서독 출신 학생들은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동질감을 가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리히터 소장은 “공동의 목표를 세우게 해 학생들이 서로 이해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초중고교생들이 모두 함께 활동하는 것이 훨씬 유연하고 복합적으로 생각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정부나 특정 정당 대신 종교 단체 등 민간단체의 지원을 받아 운영한 프로그램도 도움이 됐다고 한다. 정치적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도 중요한 요소라는 얘기다.

그는 “남북 청소년 간 통합 역시 탈북 청소년들의 성공적인 남한 정착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며 “정착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탓하거나 새로운 정책, 교과서를 만들기 전에 사람들의 변화, 즉 교사와 학생 간의 대화와 상호 이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전해 준 통합의 비법은 주변의 일상에서 시작하라는 것이었다. 그는 “통합이란 거시적인 정책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실생활에서 일어나는 일종의 상호 ‘힐링’과 같은 것”이라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드레스덴=김정안 기자 j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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