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꺼! 반칙운전 시즌2]‘운전중 흡연’ 위험성 실험해보니 담배에 신경 뺏겨 대응 늦어져… 돌발상황때 제동거리 평소의 2배 차안 흡연 땐 창문 10cm 내려도… 초미세먼지 농도 중국發 황사 13배
○ 2초의 방심이 낳은 치명적 결과
취재팀은 15일 경북 상주 교통안전공단 교육센터에서 운전 중 흡연 과정에서 벌어지는 ‘순간의 태만’이 낳는 결과를 알아봤다.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담배를 입에 문 채 라이터를 켜고 불을 붙이려는 순간과 전방을 보며 주행했을 때의 반응 속도 차이를 비교해 봤다. 실험은 교통안전공단 하승우 교수가 설계했다.
실험은 시속 60km로 달리다가 곳곳에 사람이 숨을 수 있도록 특수시설이 마련된 도로 좌우에서 무작위로 깃발이 올라오는 걸 보고 급제동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운전대를 두 손으로 잡고 전방을 바라보며 편도 2차선 실험용 도로를 시속 60km로 달려봤다. 도로 왼쪽에서 녹색 깃발이 갑자기 솟아오르는 걸 보자마자 바로 브레이크를 밟았다. 1초도 채 되지 않게 느껴졌다. 최대한 빠르게 반응했다고 자부했는데도 제동 시작 지점에서 차가 멈춘 지점까지의 거리를 재보니 14.1m였다.
오른손으로 라이터를 켜고 담배에 불을 붙이려고 시도하면서 같은 속도로 달려봤다. 의식적으로 전방을 보려고 했지만 불꽃이 신경 쓰여 시선이 자꾸 힐끗힐끗 라이터로 향했다. 이번엔 오른쪽에서 녹색 깃발이 솟아올랐다. 라이터에 시선이 뺏겨 2초 정도 늦게 확인한지라 최대한 세게 브레이크를 밟았다. 몸이 핸들과 부딪칠 정도였다. 하지만 제동거리는 27.5m로 전방을 제대로 보며 운전했을 때보다 2배 가까이 길었다.
○ 차량과 건강을 태우는 담배
흡연 운전자들이 무심코 창밖으로 털어버리는 담배꽁초는 ‘도로 위 흉기’다. 본보가 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와 함께 운전자 155명에게 물어보니 31명(20%)이 갑자기 차 안으로 담배꽁초나 불똥이 들어와 아찔한 위기를 겪었다고 털어놨다. 자신이 버린 담배가 다시 자기 차에 들어온 적이 있다는 운전자(17명)와 남이 버린 담배가 자기 차로 들어왔다는 운전자(14명)가 비슷한 수준이었다.
도로 위 간접흡연도 운전자들이 고통을 호소하는 대목이다. 본보 설문조사 결과 운전자 중 25.8%(155명 중 40명)가 운전 중 인근 차량에서 내뿜는 담배연기로 피해를 겪었다고 했다. 주로 신호대기 중 옆 차량에서 창밖으로 담배를 내밀고 있을 때 피어오르는 연기가 그대로 유입되면서 피해를 입은 사례가 많다. 간접흡연 피해를 호소한 40명 중 10명은 흡연 운전자였다.
운전 중 흡연은 흡연자 자신에게도 치명적인 피해를 끼친다. 이기영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교수의 연구 결과 차량 안에서 담배를 피우면 중국발 초미세먼지보다 최대 13배나 진한 초미세먼지를 들이켜게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박천수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운전 중 흡연은 휴대전화 사용이나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시청 못지않게 전방주시를 태만하게 하는 게 분명한 만큼 이를 규제할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주=조동주 djc@donga.com / 권오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