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영욱 사진부 차장
사회적 쟁점을 부각하거나 제품을 알리려 할 때 조직이 의도적으로 특정한 상황을 연출하는 것을 ‘퍼블리시티 스턴트(publicity stunt)’라고 부른다. 언론과 시민의 주목을 받기 위한 이벤트를 말한다. 동물보호단체가 명동에서 모피 의류 반대를 위해 벌이는 누드 퍼포먼스나 신문 경제면에 등장하는 제품 발표회 등이 대표적인 퍼블리시티 스턴트이다.
2005년 12월 홍콩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 반대 입장을 밝히기 위해 한국 농민 130여 명이 홍콩 바다에 뛰어들어 회의장까지 1km 헤엄쳐가는 해상시위를 벌인 적도 있다. 2000년대 후반까지 반일 시위 현장에 자주 등장했던 활빈단이 사회단체로는 원조쯤 된다.
사진기자들에게 퍼블리시티 스턴트는 중요한 취재거리이다. ‘일베’의 폭식투쟁과 ‘너 땜에’의 개 사료 퍼포먼스는 신문에는 거의 게재되지 않았지만 인터넷에서는 보도사진의 형식으로 많이 올라갔다.
자신의 주장을 알리기 위해 행동하고 조직이 이뤄 낸 성과를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언론의 취재거리가 되도록 계산하는 것 역시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슈에 천착해 문제 해결에 역할을 하기보다는 그림 만들기와 자신을 알리기에 집중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세월호 사건은 우리 사회의 낡은 관행과 이기주의에 경종을 울린 사건이다. 하지만 어느새 정치의 문제로 환원되고 책임져야 할 공무원과 사회 구성원들은 면책을 받은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그 빈틈을 정치적 스턴트맨들이 메우고 있다. 언론의 관심이 덜한 개인이나 집단이 선택하는 궁여지책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극단적인 방식에 국민들은 눈살을 찌푸린다. 우리 사회의 수준에 대한 탄식과 함께. 금도와 상식에 기초한 논쟁이 아쉽다.
변영욱 사진부 차장 cu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