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드림 도쿄캠프 ‘한국인 유학생 채용박람회’ 현장
19일 일본 도쿄국제포럼에서 한국인 유학생 채용 박람회가 열렸다. 유흥수 주일본대사(왼쪽에서 두 번째)가 박람회에 참가한 유학생들을 격려하고 있다. KOTRA 도쿄무역관 제공
○ 주일대사 “다른 외국어 더 익혀야”
회색 한 벌쯤 눈에 뜨일 법했지만 이날 박람회장을 찾은 한국 유학생들은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모두 검은 정장을 입었다. 이 박람회가 여느 채용 박람회와 달랐던 탓이다. 기업 정보를 얻고 채용 계획이나 방식을 듣는 게 아니라 실제 채용 계획을 갖고 있는 기업 인사 담당자와 면접을 보는 방식이었다. 행사를 준비한 KOTRA 도쿄무역관은 한국 유학생 채용의사가 있는 일본 기업과 일본에 진출한 한국 기업 26곳을 미리 섭외했다. 이와 함께 한인학생회를 통해 취업 희망 학생 200여 명도 확보해 뒀다. 이들의 이력서를 각 기업에 보내 면접 의사를 밝힌 기업들과 학생들을 연결해 주는 게 이날 박람회의 특징.
면접에 나선 일본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대체로 “한국에도 좋은 기업이 많은데 왜 일본에서 일하려 하는가”를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협업과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일본의 기업문화에 적응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도 단골 메뉴였다. 박람회에 참여한 일본 순다이학원 사토루 이타와 차장은 한국 유학생에 대해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처리하는 업무가 많은데 일본 내 한국 유학생은 언어 문제도 없고 일본 문화도 잘 이해해 꼭 필요한 인재”라고 평가했다.
고충성 KOTRA 도쿄무역관 차장은 “일본 내 기업에선 한국 유학생의 우수성을 잘 알고 있다”며 “면접에서는 일본 특유의 기업문화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를 집중적으로 파악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박람회장을 찾은 리쓰메이칸 아시아태평양대(APU) 4학년 김모 씨(여)는 ‘글로벌 인재’로 크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일본 기업 중에서도 해외에 나가 일할 가능성이 큰 기업이 취업 목표라고 했다.
박람회장을 찾아 한국 유학생들을 격려한 유흥수 주일대사는 “지금도 우수한 재능을 갖춰 일본 기업의 선호도가 높지만 더 큰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다른 외국어를 더 익히고 일본 기업문화에 빨리 적응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창의적 아이디어 기반 새 분야서 창업을”
KOTRA 측은 일본의 외국인 근로자 비율이 0.5% 수준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의 10% 수준과 큰 격차를 보이기 때문이다. 또 외국으로 학생을 보내는 비율도 한국 0.25%, 독일 0.16% 수준보다 크게 낮은 0.04%에 머무는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한마디로 ‘글로벌 마인드가 부족하다’는 걸 보여주는 수치다. 외국인 채용비율도 낮고 해외 경험을 한 일본 학생도 적다 보니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일본 기업이 늘고 있다. 특히 정보기술(IT) 분야는 더욱 심각하다는 게 KOTRA의 분석이다.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일본 IT 기업의 인재 부족 규모는 8만 명에 이른다. KOTRA는 앞으로 한국 학생이 이 분야로 진출할 수 있도록 관련 기업과 학생을 연결해주는 행사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날 행사를 후원한 주일 한국대사관의 강명수 상무관은 “기업 취업이 일자리 정책의 핵심이긴 하지만 앞으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새로운 분야에서 창업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도 17, 18일 이틀 동안 주일대사관, KOTRA,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물론이고 포스코, LG전자, 대성하이텍 등 일본에 진출한 주요 기업 및 기관과 간담회를 열고 일본 내 한국 유학생의 취업과 창업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KOTRA는 이미 일본 내 창업을 지원하기 위한 멘토단을 구성해 운영 중이다. 청년드림센터는 멘토단과 함께 한국 유학생을 대상으로 창업 아이디어를 모아 실제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도쿄=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