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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서 불붙은 증세 논란, 예산안 싸움으로 번질 조짐

입력 | 2014-09-24 03:00:00

[국회로 넘어온 ‘세금 전쟁’]여야 ‘최경환표 확장예산’ 공방




‘지난해는 근로자 증세(增稅), 올해는 서민 증세 논란.’

정부가 23일 2015년 예산안과 세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함에 따라 ‘세월호 특별법’을 놓고 대립해온 여야 정치권에 증세 논란이 새로운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지난해 샐러리맨에 대한 근로소득세 비과세·감면 축소로 불붙었던 증세 논란이 올해는 담뱃값과 지방세 인상을 계기로 서민층의 세 부담 증가라는 형태로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끄는 2기 경제팀은 확장적인 ‘슈퍼 예산’과 담뱃값 인상 등을 통한 세수 확대로 추락하는 경기를 끌어올리려 하지만 증세 논쟁이 심화될 경우 정책의 큰 틀을 수정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서민 증세, 부자 감세’ 논란 증폭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번 세법개정안과 예산안을 ‘서민 증세’의 전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담뱃값을 올릴 경우 소득이 적은 서민들이 고소득층에 비해 많은 부담을 느끼는 데도 정부가 재정을 늘리려고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세금을 더 매기려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와 새누리당은 ‘담뱃값 인상은 국민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한 것이지 세수를 늘리려는 취지가 아니다’라고 해명하고 있다. 담뱃값 인상으로 국세 수입이 1조9432억 원 늘지만 이는 흡연율 인하정책에 따른 부수적 효과일 뿐이지 증세가 목적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조세 전문가들은 담뱃값과 자동차세 같은 일부 지방세 개편안만을 놓고 전체 조세정책의 성격을 단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김재진 조세재정연구원 조세연구본부장은 “이번 개편안에는 기업소득 환류세제, 근로소득 증대세제, 배당소득 증대세제 등 1년 이상 지난 뒤 세수 증감현황을 봐야 증세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내용이 많다”면서 “세목 건건이 판단할 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야당은 내년도 세제개편안이 서민 증세일 뿐 아니라 부자 감세를 목적으로 하고 있어 양극화를 조장한다고 지적한다. 이명박 정부 때 입안된 부자 감세가 현 정부에서도 유지되고 있는 만큼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와 새누리당은 ‘이미 고소득층 및 대기업 과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실제 2008년 이후 소득세율 개편 결과 연간 소득 4600만 원 이하인 저소득층의 세율이 2%포인트 감소한 반면 연수입이 3억 원이 넘는 사람에 대한 세율은 3%포인트 상승했다.

○ 고교 무상교육 공약도 대립 요인

야당은 내년 예산안에 박근혜 대통령의 ‘고교 무상교육 공약’ 관련 예산이 반영돼 있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이 지적에 대해 정부는 고교 무상교육은 국고가 아닌 지방교육 재정교부금으로 추진하려던 사업이며 당장은 세입 여건이 여의치 않아 원래 계획대로 전면적으로 추진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당국자는 “교육 교부금 상황을 봐가며 무상교육의 범위와 시기를 조정해 중장기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상교육 실시 시점이 미뤄질 가능성이 커 공약 파기 논란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재정 전문가들은 재정상황을 고려해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인명 서울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재정적으로 여유가 많지 않은데 고교 무상교육을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하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예정대로 무상교육을 추진하려면 증세가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 ‘재정 건전성’은 여야 모두 우려

다른 여러 사안에서 대치하는 여야가 재정 건전성 문제에 관해서는 한목소리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막대한 적자를 감수하면서 376조 원 규모의 슈퍼 예산을 쏟아붓고도 경기를 살리지 못할 경우 미래 세대에 대한 부담만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정치권의 우려에도 ‘지금은 밀어붙일 때’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2분기(4∼6월)의 전 분기 대비 성장률이 0.5%로 7개 분기 만에 가장 낮은 상황에서 재정지출을 줄이면 경기가 더 위축되고 향후 세수가 감소해 중장기적인 재정 건전성을 오히려 훼손한다는 논리다. ‘지출 축소→경기 부진 심화→세입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를 끊으려면 한두 해 나랏빚이 다소 늘더라도 선제적이고 공격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회적 합의하에 복지지출 속도를 다소 늦추는 한편 성장 잠재력을 늘려 재정 건전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재정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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