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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극단주의 강경파에 휘둘리는 나라

입력 | 2014-09-24 03:00:00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중진의원 모임에서 “요즘 초·재선 중에 너무 막 나가는 의원이 많다.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좌우 양극단에 있는 10명 정도가 당을 망치고 죽인다”는 말도 했다. 세월호 특별법 여야 협상에서 당 지도부의 권위조차 인정하지 않는 일부 극단적 강경파 의원들을 겨냥한 경고일 것이다.

문 위원장은 그러면서도 ‘야당 위의 당수’ 소리를 듣는 세월호 유가족 김영오 씨에게 전화로 “잘 부탁드린다”고 했다. 당 밖의 강경파에게 매달리는 앞뒤가 안 맞는 모습이다. 조경태 의원은 “강경파가 득세하는 조직은 망한다”고 경고해왔다. 오죽하면 보다 못한 권노갑 상임고문이 어제 문 위원장에게 “민주당은 원래 ‘중도우파’ 정당”이라고 강조했겠는가.

그제 공무원연금 개혁을 논의하기 위한 정책토론회도 공무원 노조가 난입해 무산됐다. 정부와 여당이 쌀 관세율을 확정하기 위해 국회에서 연 회의도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람들이 계란과 고춧가루를 뿌리며 난장판을 만들었다. ‘국회선진화법’이라고 잘못 불려온 개정 국회법이야말로 소수 강경파가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법안 하나 때문에 다른 모든 법안 처리가 올 스톱될 수 있는 극단적인 법이다. 극소수 강경파가 합리적 토론과 제도화된 민주적 의사결정 절차를 무력화시키는 나라는 정상적인 민주국가 법치국가라 할 수 없다.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는 “사생결단의 극단으로 치닫는 DNA가 우리에게 있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명분을 중시하는 조선조 성리학의 DNA가 이어져 국회의원은 자기주장만 내세우고, 정치는 합의를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권위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민주 대 반민주, 좌와 우로 진영을 갈라 싸워온 정치권과 노조, 사회단체가 극단성을 선명성으로 착각하고 협상과 타협을 ‘배신’으로 매도하는 것도 답답한 일이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소집단에서 토론한 뒤 평소 생각보다 더 극단적으로 변하는 현상을 ‘집단 극단화(group polarization)’라고 한다. 침묵하는 국민은 안중에 없는 공무원노조, 세월호법을 볼모로 국정을 마비시키는 극단적 장외투쟁 세력과 새정연 강경파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2월 “진보진영은 개방을 할 때마다 ‘개방으로 나라가 무너질 것’이라고 했지만 그 반대였다”며 “교조적 진보 아닌 유연한 진보로 대한민국 진보는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소수 강경파 세력이 나라를 끝장낼 듯 극단으로 몰아가는 풍토를 언제까지 두고 봐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