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균 정책사회부 차장
지난 월요일은 유독 용의 꼬리가 소란스러웠다. 교육부가 있는 14동과 문화체육관광부가 있는 15동 이야기다. 주말에 갑자기 전해진 송광용 전 대통령교육문화수석의 사퇴 소식 때문이었다. 이날 청사에서 마주친 기자와 공무원들은 서로 “도대체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양쪽 모두 추측만 무성히 쏟아낼 뿐, 일언반구 설명도 없는 인사의 실체를 알 리 만무했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후임 수석은 누가 될 것인가에 대한 하마평과 업무 걱정으로 이어졌다. 특히 교육부는 몇 달간 서남수 전 장관의 면직과 김명수 장관 후보자의 낙마로 곤욕을 치른 터라 걱정이 큰 눈치였다. 교육부는 지난해 고교 한국사 교과서 문제에 매달리느라 각종 현안 처리에서 적잖이 실기했다. 올해는 인사 파동 때문에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 개편,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 등 굵직한 현안들이 줄줄이 지연됐다.
교육 공무원들은 교육 정책을 한번 바꾸면 파장이 엄청나다는 걸 체득한 이들이기에 기본적으로 수세적이다. 이런 풍토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복지부동으로 비치기도 한다. 특히 외부에서 교육부를 컨트롤하는 자리로 옮겨온 이들 중에는 교육부를 ‘저항세력’으로 여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교수 출신의 한 전직 장관은 “교육부에 와서 회의를 해보니 실국장들이 이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래서 안 된다는 보고를 잔뜩 하더라. 처음에는 나를 무시하나 싶었는데 1년 정도 지나니까 이해가 되더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교육은 유치원부터 초중고교, 대학에 이르기까지 유기적으로 얽혀서 한 부분을 건드리면 다른 부분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오는지 설명하려면 만만치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문제투성이라고 비난을 받는 입시나 학교 제도조차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오늘에 이른 이력을 들춰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도 있는 것이 교육 정책의 특징이다.
이렇게 복잡한 시스템을 이해하고 끌고 가야 할 수장들이 정책도 아닌 일신상의 문제로 임명 과정에서 파문을 일으키거나 하루아침에 날아가는 건 심각한 손실이다. 수석이 물러났다는 소식에 당장 “업무 보고를 또다시 해야 하느냐”는 한숨이 나오는 것은 교육 공무원들이 인사 과정에서 너무 소모당했다는 방증이다.
가뜩이나 세종시 공무원들은 국회로, 청와대로 불려 다니느라 길바닥에서 하루를 보내는데 국회 파행에 인사 파행까지 겹치면 일이 될 리가 없다. 정주 여건은 둘째 치고 근무 여건도 조성이 안 되는 판국이다. 청와대는 관료 사회를 압박하지만, 정작 공무원들이 일을 못하게 만드는 건 누구인지 생각해볼 일이다. 한때 개그 프로에 나왔던 유행어 ‘소는 누가 키우나’가 ‘소는 언제 키우나’ 하는 탄식으로 들려오는 나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