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초연 ‘이 세상에…’ 쓴 덴마크 극작가 에를링 옙센 공연 뒤 관객들과 자유로운 만남 “멀리서도 내 작품에 보낸 성원 감사”
관객과 대화하는 에를링 옙센(오른쪽). 기발한 상상력과 몽환적인 분위기에 매료됐다는 것이 관객들의 반응이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덴마크 유명 극작가 에를링 옙센(58)이 쓴 연극 ‘이 세상에 머물 수 있게 해달라는 남자’ 공연이 끝난 19일 서울 세실극장 로비. 공연을 본 관객 장현명 씨(28)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로비에서 미소 짓고 있는 극작가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네고 사인을 받았다. 이 작품의 국내 초연을 기념해 한국을 찾은 옙센 씨는 첫 공연을 마친 후 열린 리셉션에서 관객들과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눴다. 관객들은 평소 접하기 쉽지 않았던 북유럽 작품에 대해 이색적이라는 반응이었다.
‘이 세상…’은 타자기 한 대와 평온함만을 간절히 원하는 무명작가 알란이 위층에 사는 노파를 자기 어머니와 혼동해 살해한 혐의로 감옥에 갇히는 내용을 그렸다. 알란은 세상과 관계를 맺기 위해 애쓰지만 그의 관념은 현실과 비현실을 계속 오간다.
한국 공연을 본 소감이 어떠냐는 관객들의 질문에 옙센 씨는 “유머와 비애의 균형을 훌륭히 표현했고 배우들의 해석력도 뛰어나다”고 답했다. 그는 또 “덴마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내 작품을 즐겨주는 관객이 있다는 사실이 기쁘고 고맙다”고 했다.
덴마크 국립극장 전속 작가인 옙센 씨는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의 존재에 대해 유머러스하면서도 깊이 있게 고찰하는 작품을 선보여 왔다. 희곡 ‘숙녀와 쓰레기’ ‘무하마드 알리는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 ‘안나와 중력’을 썼고, 소설 ‘아트 오브 크라잉’과 ‘테러블리 해피’는 영화로 만들어졌다. 10월 5일까지. 3만 원. 070-7572-6484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