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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 쌓였는데…” 빈자리가 빚는 문화행정 공백

입력 | 2014-09-24 03:00:00

문체부 산하 기관, 선장없이 표류 장기화




“내년 공연 라인업이 걱정입니다. 어찌해야 할까요?”

국립오페라단 관계자는 한숨부터 쉬었다. 국립오페라단은 3월부터 단장 자리가 공석이다. 올해 공연들은 3월 사퇴한 김의준 전 단장 때 결정돼 아직까지 큰 지장은 없다. 하지만 내년 공연 작품과 일정을 10월 말까지는 결정해야 하는데 단장이 공석이어서 진전이 없다. 오페라단 관계자는 “누가 신임 단장으로 오느냐에 따라 어떤 공연을 먼저 무대에 올릴지 달라질 수 있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 아직도 비어 있어?

국립오페라단뿐만이 아니다. 국제방송교류재단(아리랑TV), 아시아문화개발원,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등 3곳도 수장이 없다. 아리랑TV의 경우 정성근 전 사장이 6월 문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돼 사표를 낸 뒤 계속 공백 상태를 겪고 있다. 아시아문화개발원 원장 자리도 지난해 5월 당시 이영철 원장이 물러난 뒤 16개월째,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대표도 지난해 10월 심재찬 전 대표가 물러난 후 1년 가까이 비어 있다.

임기가 끝난 기관장이 자리를 지키는 경우도 적지 않다. 김의석 영화진흥위원장은 임기가 3월 29일까지였지만 새 위원장이 임명되지 않아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영상물등급위원회와 한국저작권위원회 역시 위원장 임기가 6월 말로 만료됐지만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아 업무를 계속 보고 있다. 특히 한국저작권위원회는 내년 3월 경남 진주혁신도시로 조직 이전을 앞두고 있다. 지방 이전에 앞서 서울지부와 지방 본부를 나누는 조직개편 등이 필요한 상황에서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위원장으로는 조직 관리, 운영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화예술계에선 ‘문체부가 공석(空席) 불감증에 빠졌다’는 이야기마저 나온다. 영화진흥위원회도 2015년 예산 및 주요 사업 추진에 차질이 우려된다. 영진위 관계자는 “원래 4월에 새 위원장이 임명되면 다음 해 예산이나 주요 정책에 대한 기본 구상을 마련해왔다”며 “벌써 7개월 가까이 지난 만큼 당장 위원장이 임명된다고 해도 원활하게 내년 구상을 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 장관 취임 한 달 지나도 인사소식 깜깜

지난달 21일 김종덕 새 문체부 장관이 취임하자 수장이 비어 있는 산하 기관들 내부에서는 “곧 사령탑이 올 것”이라는 안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장관 취임 후 1개월이 지나도 새 기관장 인사는 깜깜무소식인 상태다.

문체부도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유진룡 전 장관이 산하기관장 후임 인사를 진행하던 중 면직된 데다 후임으로 지명됐던 정성근 후보자가 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하고 김 장관이 취임하기까지 3, 4개월을 그냥 허비했다.

청와대 인사시스템이 인사 공백을 초래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문체부 산하기관의 관계자는 “문체부 장관이 2, 3배수로 기관장 후보를 선정해 청와대에 보고해도 뒤집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고 말했다. 문체부 관계자 역시 “우리가 계속 (후보를) 올려도 위(청와대)에서 결정해주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최근 송광용 전 대통령교육문화수석이 갑자기 물러난 탓에 문체부 산하기관장의 인사가 더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문체부 관계자는 “장관이 대통령교육문화수석과 산하 기관장 인사를 사전 조율해야 하는데 이번에 교육문화수석이 공석이 됐으니 또 미뤄질 것 같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