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탄 사람 모양 토기를 무덤에 묻은 까닭은?
국보 91호 도기 기마인물형 명기(신라 5∼6세기). 왼쪽(높이 23.4cm)의 크고 장식이 화려한 것은 주인을, 오른쪽(21.3cm)의 작고 장식이 단순한 것은 하인을 나타낸다. 동아일보DB
○ 죽은 자의 영혼을 위하여
국보 91호 기마인물형 토기 한 쌍을 먼저 보겠습니다. 사람이 말을 타고 있는 모양이어서 ‘기마인물형’이라는 이름이 붙었지요. 이것은 1924년 경북 경주 금령총에서 금관과 함께 출토되었습니다.
이처럼 죽은 자와 함께 그릇, 악기, 생활용구 등을 실물보다 작게 상징적으로 만들어서 무덤에 함께 묻은 것을 명기(明器)라고 합니다. 그래서 요즘엔 이것을 ‘도기 기마인물형 명기’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여기서 도기(陶器)는 토기와 같은 뜻입니다.
신라와 가야의 무덤에서는 어떤 모양을 형상화한 토기가 많이 나옵니다. 배 모양 토기, 수레 모양 토기, 짚신 모양 토기 등이 그런 예입니다. 토기의 모양이 매우 특이하지요. 배, 토기, 짚신의 공통점은 교통수단 또는 이동수단이라는 점입니다. 배나 수레를 타고 또는 짚신을 신고 천상의 세계, 즉 저승으로 무사히 당도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은 것이지요,
○ 주인 저승길을 함께하는 하인
국보 91호의 모습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한 쌍 모두 다리가 짧은 조랑말 위에 사람이 올라앉아 있네요. 말 엉덩이 위에는 잔이 붙어 있으며, 앞가슴에는 물을 따르는 부리가 나와 있습니다.
말 탄 주인을 보면 삼각 모자를 쓰고 다리 위로는 갑옷을 늘어뜨렸습니다. 말 몸통의 장니(障泥·말을 탄 사람의 옷에 흙이 튀지 않도록 말의 안장에 매달아 늘어뜨리는 장비)도 하인 것에 비해 훨씬 정교하고 선도 더 아름답게 그어져 있습니다. 등에는 전대(錢帶)도 차고 있네요. 아마 저승 가는 데 필요한 돈일 겁니다.
이에 비해 하인상은 장식이 단순하지요. 머리엔 수건을 동여맸고 웃통은 벗어젖혔습니다. 등에 짐을 지고 오른손에 방울을 들고 있어요. 주인의 저승길을 안내하기 위한 하인의 차림새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아챌 수 있지요. 5, 6세기 신라인들의 장례풍속과 옷차림새, 말갖춤 등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유물입니다.
○ 가야 무사들의 모습
국보 275호 도기 기마인물형 뿔잔(가야 5세기). 말을 탄 무사의 복식과 마구(馬具)를 상세히 표현했다.
국보 275호에서 가장 두드러진 점은 말을 탄 무사의 복식과 마구(馬具)가 국보 91호보다 훨씬 더 상세하게 표현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무사의 투구와 갑옷, 목을 보호하기 위해 두르는 경갑(頸甲), 방패와 창, 말의 갑옷(마갑·馬甲) 등 무구(武具)와 마구가 매우 자세합니다. 그래서 삼국시대의 무구 및 마구 연구에 대단히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