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완패…파키스탄전 1-0 진땀승
자국 언론 조차 “축구에선 희망이 없다”
중국은 전통의 스포츠강국이다. 세계경제를 주름잡는 신흥부호들도 많지만, 각종 국제스포츠무대에서의 실적은 이를 훨씬 뛰어넘는다. 특히 아시안게임은 일각에서 ‘중국체전’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종목을 불문하고 중국의 힘이 여실히 드러난다. 2014인천아시안게임에서도 중국은 초반부터 압도적인 메달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그러나 중국에도 한 가지 수치스러운 콤플렉스가 있다. 바로 남자축구다. 한때 초강세를 보이던 여자축구도 급격히 쇠퇴하는 분위기지만,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그동안 중국남자축구는 아시안게임에서 딱 1개의 은메달을 따는 데 그쳤다. 1974년 테헤란대회를 시작으로 빠짐없이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대부분 좌절만 겪었다. 1994년 히로시마대회에서 중국은 한국을 1-0으로 꺾은 우즈베키스탄과 결승에서 격돌했지만, 2-4로 패해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4년 전 광저우대회에서도 한국에 0-3으로 완패하는 등 그동안 망신만 당했다.
중국 언론도 예외는 아니다. 아시안게임 현장에서 마주치는 중국 기자들은 “축구에서 메달 확보는 불가능하다”, “희망이 없다”며 자조 섞인 표현을 해도 내심 남자축구에서도 ‘대국(大國)’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뿌리 깊은 패배의 그늘은 인천에서도 여지없이 이어졌다. 조별리그(F조) 1차전에서 항상 ‘속국’ 취급을 해온 북한에게 속절없이 무너졌다. 0-3 참패. 이어진 파키스탄과의 2차전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지구촌 여기저기 대규모로 몰려다니며 남다른(?) 단결의식을 보여주고 하는 중국 기자 40여명이 화성종합경기타운에 운집해 목청껏 “짜요(힘내라)”를 외쳤음에도 고전 끝에 1-0으로 간신히 이겼다. 이들의 표정에선 침울함과 안타까움, 아쉬움이 고스란히 묻어나왔다. 벼랑까지 몰렸다가 턱걸이로 16강에 오른 중국은 25일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태국과 격돌한다. 8강 진출 여부를 떠나 중국남자축구는 여전히 ‘잠룡(潛龍)’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인천|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