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외교무대 선 朴대통령] 녹색기금 1억달러 출연 계기… ‘녹색 지우기’ 정책 변화 주목
박근혜 대통령과 MB(이명박 전 대통령)의 ‘앙금’이 풀린 것인가?
박 대통령이 23일 유엔 연설에서 녹색기후기금(GCF)에 최대 1억 달러(약 1040억 원)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하자 ‘녹색성장’에 대한 현 정부의 태도 변화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GCF는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와 더불어 이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녹색성장’의 대표적인 성과물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현 정부 출범 이후 ‘녹색성장’은 금기어나 마찬가지였다. 대통령직인수위는 청와대의 녹색성장기획관실을 없애고 이를 기후변화비서관으로, 다시 기후환경비서관으로 변경했다.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는 총리 직속으로 격하했고 파견 공무원도 70여 명에서 절반 이하로 줄었다. 정부 공문서나 부서명에서 ‘녹색성장’ 단어는 ‘녹색창조경제’ ‘기후변화대응’으로 대체됐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MB 브랜드’ 지우기 차원으로 해석됐다.
다만, 녹색성장 단어에 대한 ‘저주’가 풀리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4대강 부실공사에 대해 문제제기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4대강=녹색성장’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또 초기 투자액에 비해 효과가 천천히 나오는 기후변화 정책의 특성 때문에 녹색성장 정책을 지속할 동력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