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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른하르트 슐링크… 세대간 대립을 화해로 승화 치열한 문학정신 시공초월

입력 | 2014-09-25 03:00:00

[제4회 박경리문학상에 베른하르트 슐링크]
■ ‘슐링크 문학’ 6인 심사평




○ 오탁번 심사위원장 사회적 정치적 이념이나 보수-진보의 대립을 넘어서서 자연과 인간이 대립하고 화해하는 현장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형상화시켰는가를 심사 기준으로 삼았다. 슐링크의 작품은 작가의 일관된 역사인식이 흥미진진한 서사구조로 짜여 있어서 단순한 시대소설의 차원을 넘어서 인간과 인간 사이의 용서와 화해라는 보다 높은 문학적 차원에 도달하고 있다.

○ 김성곤 심사위원 슐링크는 ‘책 읽어주는 남자’에서 부모 세대가 유죄라는 사실을 발견한 젊은 세대와 그것을 감추려 하는 부모 세대의 심리적 상처 치유와 상호 이해, 궁극적 화해의 절실함을 문학적으로 잘 형상화했다. 이는 이분법적 이념 대립 속에서 세대 간에 첨예하게 대립하고 반목하는 한국 사회가 시급히 배워야 할 덕목이다.

○ 김승옥 심사위원 ‘치열하고 준엄한 문학정신’이 작품에 내재해 있다면 결국 시간과 장소의 차이나 가치관의 상이성도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오욕된 과거를 드러내 반성하며 치유하고자 하는 노력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슐링크는 그것을 해낸 작가다.

○ 유석호 심사위원 ‘책 읽어주는 남자’에서 여주인공을 문맹으로 설정한 것이 작위적이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소설적 재미와 탄탄한 구성, 작가의 일관된 문제의식 등이 이런 약점을 충분히 보완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현재도 활발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현역 작가다.

○ 이세기 심사위원 기성세대의 역사적 허물을 청산하고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해 가는 과정이 독일 전후세대의 자아 찾기 여정과 맞물리면서 지나치게 의식소설적인 요소 없이 소설이 주장하려는 휴머니즘을 냉엄하게 성취시키고 있다. 흥미로운 전개와 지적인 문체, 탄탄한 구성, 악의 본성에 관한 힘 있는 통찰까지 갖췄다.

○ 최윤 심사위원 슐링크는 서사력이 뛰어나며 매우 안정적인 문체와 다채로운 소설적 구성을 만들어낼 줄 아는 능란한 작가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평범한 일상적 사건 속에 숨어 있는 공동의 과거의 주름들이 작가의 유연한 서사 속에서, 매우 익숙한 현실의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의 갈피에서 조금씩 펼쳐진다.  

▼ 유럽작가 초점… 인품-사회기여 종합평가 ▼

■ 박경리문학상 심사과정

한국의 첫 세계문학상인 박경리문학상은 작품성뿐만 아니라 작가의 인품, 사회적 기여까지 종합 평가한다. 제4회 박경리문학상은 약 1년간 준비와 심사 과정을 통해 수상자를 선정했다. 박경리문학상위원회(위원장 이어령, 위원 장명수 정창영 최문순 최일남)는 지난해 10월 심사위원회를 구성했다.

박경리문학상은 그동안 한국, 러시아, 미국 작가가 영광을 차지했는데 올해는 유럽 작가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심사위원회는 올 1월부터 한 달간 유럽지역 문학단체를 통해 1차 후보자 13명을 추천받았다. 이후 3월 심사위원회의를 열고 후보자를 5명으로 압축하고 후보자의 원서와 번역서를 검토했다. 심사위원회(위원장 오탁번)는 최종심사에서 만장일치로 베른하르트 슐링크를 내정했고 박경리문학상위원회가 최종 추인했다.

강원 원주시 토지문화관과 박경리문학공원 일대에서는 다음 달 10∼28일 ‘2014 원주박경리문학제’가 개최된다. 마지막 날인 28일 서울 연세대에서 슐링크의 강연이 열린다. 033-762-1382, www.tojicf.org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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