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수도권]서울역 고가… “녹색 공원化”, “생존엔 적색”

입력 | 2014-09-25 03:00:00

뉴욕 방문 박원순 “하이라인 파크 뛰어넘게” vs 남대문 상인 “車통행 막혀 상권 죽어”




폐쇄된 철로였다가 공원으로 탈바꿈해 미국 뉴욕의 대표적 공원이 된 하이라인 파크(왼쪽 사진)와 서울역 고가를 공원으로 바꾼 조감도. 서울시는 하이라인 파크를 벤치마킹해 2016년까지 서울역 고가를 공원으로 만들기로 했다. 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올해 말 철거 예정이던 서울역 고가도로를 보존해 녹지공원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체 도로 등 교통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인근 남대문시장 상인 및 주민들이 공원화 반대 1인 시위에 나서는 등 반발하고 있어 사업 추진에 난항이 예상된다.

미국을 방문 중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23일 뉴욕의 대표적 공원인 하이라인 파크를 찾은 뒤 서울역 고가(높이 17m, 길이 938m)를 녹지공원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서울역 고가는 도시 인프라 이상의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갖는 산업화 시대의 유산”이라며 “철거보다는 원형을 보존하는 가운데 하이라인 파크를 뛰어넘는 녹지공간으로 재생시키겠다”고 말했다.

하이라인 파크는 본래 1930년에 설치된 공중 철로로 지상 9m 높이, 길이 2.5km다. 물자 수송을 담당했지만 도로 발달로 물량이 줄자 1980년 폐쇄된 뒤 20년 가까이 흉물로 남았다가 1999년 공원 공사를 시작해, 2009년 완공됐다. 서울시는 이를 벤치마킹해 10월 국제현상 공모를 거쳐 2016년 말까지 서울역 고가를 공원으로 재생시킬 방침이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은 이런 녹지화 계획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하이라인은 오랫동안 폐쇄돼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지만, 서울역 고가는 지금도 남대문시장, 용산, 공덕 등을 잇는 보조간선도로로 역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근 상인과 주민들은 고가 폐쇄로 교통량이 줄면 상권과 재산 가치가 하락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더군다나 시는 고가를 철거할 경우에 대한 대체도로 건설안은 갖고 있지만, 보존을 전제로 한 교통대책은 아직 수립하지 못했다. 또 사업안 발표 전까지 주민 의견 수렴이나 중구와의 협의 절차도 전혀 없었다. 김재용 남대문시장 상인회장은 “서울 서부권 주민들이 자동차든 버스든 서울역 고가를 통해 시장을 찾는데 차량 통행이 막히면 상권이 죽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이 너무 짧은 시기에 변경돼 추진된다는 지적도 있다. 올해 3, 4월까지만 해도 시 도로관리과는 고가의 공원화를 일부 검토했지만 노후된 상판의 안전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판단을 유보하고 있었다. 하지만 박 시장이 6·4 지방선거 핵심 공약으로 고가의 공원화를 들고 나온 뒤 해당 과는 7, 8월 전문가 회의를 거쳐 신소재를 이용한 상판 교체로 안전성 확보가 가능하다고 판단해 공원화 계획을 확정했다. 하이라인 파크는 10년에 걸친 지역 의견 수렴과 공사 속에 완성됐지만, 서울역 고가는 약 6개월 사이 사업안이 변경됐고, 착공 2년여 만에 완공되는 셈이다.

난제도 남는다. 총 건설비 380억 원이 예상되지만 고가에 판매시설을 두기 어려워 민자유치에 제한이 있다. 높이 17m 공원에서 벌어질 수 있는 자살 및 시위 대책, 고가의 특성상 발생하는 여름 혹서와 겨울 혹한 문제도 남는다. 설계를 꼭 국제공모로 해야 하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 도로관리과 관계자는 “주민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