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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아시아경기]물 위의 ‘힘살여왕’ 스무살 김예지

입력 | 2014-09-25 03:00:00

여자조정 대회 사상 첫 금메달




조정 국가대표 김예지(20·포항시청·사진)는 자타 공인 ‘말 근육 처녀’다. 대표팀 윤용호 감독은 “흑인 같은 근육”이라고 표현했고 김예지도 “어릴 때부터 조금만 운동해도 근육이 막 붙었다”고 했다.

그 덕에 일찌감치 운동선수로 진로를 정해 서울체중에 진학했다. 육상 단거리 선수로 운동을 시작했던 김예지는 “중학교 1학년 때 키(174cm)가 크다는 이유로 처음 조정을 권유 받았다. 온몸을 쓰는 운동이다 보니 근육이 더 잘 붙더라”며 “아이돌 그룹 f(x)의 크리스탈처럼 가냘픈 몸매를 꿈꾸지만 운동을 그만두지 않는 한 희망사항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 ‘말 근육’이 김예지를 아시아경기 금메달리스트로 만들었다. 김예지는 24일 충주 탄금호 국제조정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아경기 조정 여자 싱글스컬 결선에서 8분46초52로 1위를 차지했다. 2006년 도하 대회 때 금메달을 딴 남자 싱글스컬 신은철(27)에 이어 한국의 두 번째 아시아경기 조정 금메달이다. 김예지는 이날 경기가 끝난 뒤 통화에서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다 끝났다. 이제 집에 갈 수 있다’는 생각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조정 국가대표 선수들은 이번 대회를 위해 100일 동안 강원도 화천에서 합숙훈련을 했다. 김예지는 “여행이 취미이지만 이렇게 오래 집에 못 간다는 것은 정말 싫었다. 그러나 훈련을 하다 보니 의무감 같은 게 생기더라”면서 “고등학생으로 런던 올림픽에 출전했을 땐 운동도 잘 못하는데 국가대표라는 게 부끄럽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자랑스럽게 국가대표 선수라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며 웃었다.

합숙 훈련을 거치면서 말 근육에 지구력이 더해졌다. 김예지는 절반(1km) 지점을 지날 때만 해도 리카만(28·홍콩)에게 2.75초 뒤졌지만 1500m 지점은 반대로 4.43초 빨리 통과했다. 그는 “아시아경기 직전에 열린 대회에서 리카만에게 패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번에도 못 따라가나 싶었는데 주변 사람들이 ‘너는 독기만 좀 키우면 된다’고 말했던 게 생각나 끝까지 힘을 냈다”고 말했다.

김예지는 “지난해 세계조정선수권대회 때는 응원을 많이 받았는데 좋은 결과를 못 내 미안했다. 오늘도 비까지 오는데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셨다. 그 덕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며 “자주 욱하는 성격이라 그만두고 싶을 때도 많았는데 끝까지 포기하지 않게 지켜주신 분들께 이제야 보답한 것 같아 기쁘다. 엄마, 아빠, 언니, 친구들에게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인천=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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