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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톡톡]“여왕, 독립부결 엄청 좋아해” 캐머런의 가벼운 입 뭇매

입력 | 2014-09-25 03:00:00

“잘됐다며 쉴새없이 웃음 터뜨려”… 블룸버그 前시장에 통화내용 공개
‘군주와의 대화 누설금지’ 전통 깨




“여왕이 전화기를 붙들고 눈물을 흘려가며 정말 좋아했다. 누군가 그렇게 기뻐하는 것을 처음 봤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18일 실시된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주민투표가 부결로 결정된 직후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의 통화 내용을 떠벌려 구설에 올랐다. 캐머런 총리는 2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경제인들과의 회동 뒤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과 걸으면서 잡담을 나눴다. 이들의 사적인 대화는 현장에 있던 영국 스카이뉴스 방송 취재진의 카메라에 그대로 담겼다.

캐머런 총리는 블룸버그 전 시장에게 “여왕에게 전화해 ‘당신의 왕국이 손상을 입지 않게 됐습니다’라고 말했더니 여왕이 ‘정말 잘됐다(That's right)’라고 말하며 쉴 새 없이 웃음을 터뜨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캐머런 총리는 또 여론조사는 막판까지 ‘박빙의 승부’를 예상했지만 개표 결과는 독립 반대가 10%포인트가량 앞섰던 데 대해 “여론조사 업체들을 찾아내서 고소하고 싶다. 투표를 앞두고 내 속이 얼마나 탔는지 위에 구멍이 날 정도였다”고 농담했다.

그의 이런 ‘잡담’이 공개되자 비난의 목소리가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캐머런 총리의 발언은 여왕의 정치적 중립성에 큰 손상을 입힐 수 있다. ‘총리는 군주와의 대화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영국 왕실과 정치권 사이의 전통이 깨졌다”고 지적했다.

독립 찬성 진영을 이끌었던 앨릭스 샐먼드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 역시 “캐머런은 4년간 총리 자리에 있었는데도 여왕에 대해 떠벌리지 않는다는 기본적 예의도 못 배웠다”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 버킹엄궁은 “사적인 대화에 대해서는 견해를 밝히지 않겠다”고 밝혔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