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됐다며 쉴새없이 웃음 터뜨려”… 블룸버그 前시장에 통화내용 공개 ‘군주와의 대화 누설금지’ 전통 깨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18일 실시된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주민투표가 부결로 결정된 직후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의 통화 내용을 떠벌려 구설에 올랐다. 캐머런 총리는 2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경제인들과의 회동 뒤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과 걸으면서 잡담을 나눴다. 이들의 사적인 대화는 현장에 있던 영국 스카이뉴스 방송 취재진의 카메라에 그대로 담겼다.
캐머런 총리는 블룸버그 전 시장에게 “여왕에게 전화해 ‘당신의 왕국이 손상을 입지 않게 됐습니다’라고 말했더니 여왕이 ‘정말 잘됐다(That's right)’라고 말하며 쉴 새 없이 웃음을 터뜨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캐머런 총리는 또 여론조사는 막판까지 ‘박빙의 승부’를 예상했지만 개표 결과는 독립 반대가 10%포인트가량 앞섰던 데 대해 “여론조사 업체들을 찾아내서 고소하고 싶다. 투표를 앞두고 내 속이 얼마나 탔는지 위에 구멍이 날 정도였다”고 농담했다.
독립 찬성 진영을 이끌었던 앨릭스 샐먼드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 역시 “캐머런은 4년간 총리 자리에 있었는데도 여왕에 대해 떠벌리지 않는다는 기본적 예의도 못 배웠다”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 버킹엄궁은 “사적인 대화에 대해서는 견해를 밝히지 않겠다”고 밝혔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