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취재 왕초보 주애진의 ‘인천 프리즘’] 선수촌 승강기 멈춰 22층 걸어오르고… 자원봉사자들은 뭘 물어도 “몰라요”
인천 아시아경기를 취재하며 가장 많이 든 생각이다. 국제 스포츠대회가 처음인 기자에게 인천은 너무 불친절했다. 7년 전 유치한 대회인데 어째서 준비가 이토록 엉망인 걸까. 일정의 절반도 안 지났는데 벌써 건국 이래 최악의 스포츠대회라는 오명이 붙었다. 현장을 다니다 보면 불편함보다 창피함에 한숨이 나온다.
“익스큐즈 미(실례합니다).” 남자 기계체조 단체전이 열린 21일 인천 남동체육관. 옆 자리에 앉은 방글라데시 방송 기자가 도움을 청했다. 경기 결과 기록을 구할 수 없어 기사를 못 쓰고 있다고 했다. 가장 손쉽게 볼 수 있는 ‘마이인포(myinfo)’ 사이트를 알려줬다. 경기일정, 기록 등 모든 정보를 볼 수 있는 정보창구다. 그는 이런 사이트가 있는지조차 몰랐다. “생큐”를 연발하는 그를 보며 뿌듯하기는커녕 민망했다.
인천에서 자원봉사자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대답은 “잘 모르겠는데요”다. 기자석을 모르는 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경기장 내 출입구 위치를 모르는 건 어떻게 봐야 할까. 특정 출입구의 위치를 묻자 “밖으로 나가라”는 엉뚱한 대답이 돌아왔다. 지나가던 경찰이 보다 못해 바른 길을 알려줬다. 이쯤 되면 할 말이 없다.
자원봉사자와 대회 운영요원에 관한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카바디 경기장에서는 운영 지원요원들이 화투를 치다 적발됐다. 야구장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훈련 볼을 함부로 가져다 선수들에게 사인을 받다가 주의를 받았다. 통역을 맡은 전문 자원봉사자들이 처우에 불만을 품고 이탈하기도 했다.
손님을 초대했으면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기본도 못하면서 주어진 16일의 일정을 마치기만 하면 성공적인 개최일까. ‘아시아인의 축제’는 벌써 ‘아시아인의 빈축’을 사고 있다. 대회가 끝난 뒤 외국 선수단과 취재진의 마음속에 인천은 어떤 이미지로 남을까. 다시 얼굴이 뜨거워진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