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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카미야의 東京小考]한일 관계 회복은 ‘축제’에서부터

입력 | 2014-09-25 03:00:00

공전의 히트 친 영화 ‘명량’… 양국 공동제작 할 수는 없을까
서울서 열린 한일 축제한마당
反日·嫌韓 끼어들 틈 없이 유쾌했던 교류의 용광로
이번 주말 도쿄 ‘한일 축제’는 어떤 무대가 펼쳐질지 기대돼




와카미야 요시부미 일본국제교류센터 시니어펠로 전 아사히신문 주필

8월 어느 날 ‘혐한(嫌韓)’보도에 열심인 일본의 한 주간지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와카미야 씨는 몸을 던져 자위대로부터 독도를 지킨다고 말했다면서요.”

무슨 말인가 생각해보니 7월 서울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한 발언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청중 한 명이 “일본은 독도를 빼앗기 위해 언젠가 자위대를 출동시키지 않겠나”라고 나에게 물어 이렇게 대답했다.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일본인 누구도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이름)를 위해 전쟁을 한다는 바보 같은 생각은 안 합니다. 만일 자위대가 출동한다면 모두 반대할 것입니다. 나는 몸을 던져서라도 막겠습니다.”

마지막 한마디에 웃음과 박수가 터졌지만 오해한 사람도 있었던 것일까. 발매된 주간지 기사는 내 말을 그대로 소개하면서도 ‘전 아사히신문 주필, 독도를 지키겠다고 선언’이라는 제목을 붙여놓아 질리게 했다.

내가 공전의 히트 영화 ‘명량’을 본 것은 그 무렵이다. 그 시대 일본이 군대를 보내 다케시마 정도가 아니라 조선 전역에서 치열한 싸움이 벌어졌다. 명량해전에서 이순신 장군이 지력과 담력의 한계를 다해 불과 12척으로 일본의 대함대를 깼으니 관람객이 후련해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처절한 전투를 리얼하게 그린 영상은 박력 만점으로 한국 영화의 기술력도 증명했다.

한국의 지인들은 “저것은 반일 영화가 아니라 바람직한 지도자상을 그린 것”이라고 말한다. 그건 그렇지만 미운 적은 일본 침략군임에 틀림없어 보고 있자니 복잡한 생각을 금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영화에는 잔인한 일본 무장을 나무라면서 다투는 동료 무장과 이순신에게 투항해 신뢰를 얻는 젊은 일본 사무라이도 나온다. 한국 측의 속사정도 복잡해 선악이 일방적이지 않은 것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것 같았다.

이 영화를 일본에서 상영할 수 없을까. 박력 있는 해전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이 작품으로는 무리일 터다. 내용의 좋고 나쁨 이전에 한국인이 연기하는 일본 무장들의 일본어가 진짜 일본어와 거리가 좀 멀기 때문이다. 일본 관객은 그것만으로 흥이 식어버릴 것임에 틀림없다.

그토록 리얼한 전투 장면을 고집한다면 말도 리얼하게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보다 설득력 있게 일본을 그린다면 많은 일본인이 출연하는 것도 꿈만은 아닐 것이다. 이런 영화를 한일 공동 제작으로 만들 수 없을까. 예를 들어 영화 ‘안중근과 이토 히로부미’를 공동 제작하는 그런 시대가 오는 것이 내 궁극적인 소원이다.

그런데 공동 작업이라고 하자면 최근 서울 시내 코엑스에서 열린 ‘한일 축제한마당 in Seoul’은 대성공이었다. 올해 제10회를 맞아 인기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인 요시마타 료 씨가 전야제에 등장했다. 그는 한국의 인기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인 이루마 씨와도 협연해 행사장을 사로잡았다.

팝이 있었고 민속 음악과 무용이 있었다. ‘노다메 칸타빌레’에서 큰 인기를 얻은 여배우 우에노 주리 씨도 등장하는 등 다채로웠던 축제의 본무대는 한일이 섞여 추는 춤으로 피날레를 맞았다. 사물놀이의 김덕수 씨가 목이 터지도록 장단을 맞추는 가운데 행사장은 말 그대로 한일 교류의 도가니로 달아올랐다.

요즘 정치인들이 한일 관계에 위기를 만들고 있는 가운데 위기관리는 민간인이 하고 있지 않은가. 세상은 결코 ‘반일’과 ‘혐한’뿐만이 아니다. 이 정도로 사람들이 사이좋게 기분 좋아 할 수 있는데 어째서 정상 간은 만날 수도 없는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올해는 행사장에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모습을 보였다. 벳쇼 고로 주한 일본대사 옆에 앉아 담소하고 별실에서 첫 회담도 가졌다. 정치와 외교에서 벌어진 거리를 민간교류의 장을 빌려 조금이라도 메운 모양새다. 내년 한일기본조약 50주년을 향해 이날 만남이 출발점이 되길 바랄 뿐이다.

일본에서는 이번 주말 이틀간 도쿄 히비야 공원에서 ‘한일 축제한마당 in Tokyo’가 열린다. 이쪽은 아직 6번째이지만 서울에 지지 말자고 힘을 쏟고 있다.

그런데 도쿄에서는 과연 어떤 무대가 기다리고 있을까. 때가 때인 만큼 더더욱 여기에서도 민간인들은 준비에 여념이 없다.

와카미야 요시부미 일본국제교류센터 시니어펠로 전 아사히신문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