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유엔총회 연설에서 “국제사회가 큰 관심과 우려를 갖고 있는 인권 문제 중의 하나가 북한 인권”이라며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권고사항 이행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북한과 국제사회에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통일된 한반도가 핵무기 없는 세계의 출발점이자 인권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며 비무장지대(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을 비롯한 평화통일 구상에 대한 유엔과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했다.
올 초 발표된 COI의 북한 인권 침해 실태 보고서는 “북한이 국가정책에 따라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인권 침해를 자행했고 이는 반(反)인도적 범죄”라는 결론 아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고 반(反)인도 범죄를 저지른 책임자를 제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을 가리키는 ‘3대 수령’이 형사 책임이 있다고 명시함으로써 사실상 김정은을 제재 대상으로 지목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COI 권고사항의 이행 촉구에 합류해 올 유엔총회에서는 예년보다 강도 높은 북한 인권결의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을 비롯한 인권 선진국의 움직임도 고무적이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유엔총회에 앞서 북한 인권을 주제로 한국과 일본, 호주가 참가한 첫 장관급 회의에서 “북한은 정치범 수용소를 폐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도 동참하면 북한 변화를 촉구하는 동력이 모아질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천인공노할 독재국가의 인권 탄압도 선진국들이 개입하면서 조금씩 완화돼 왔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을 불러일으켜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일에 한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이유다. 북한이 인권 개선 요구를 계속 외면한다면 김정은은 국제사회의 공적(公敵)이 될 것이고, 국제사회는 김정은 집단의 인권 범죄를 끝까지 추적해 처벌할 것임을 인식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