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일 개봉 ‘슬로우 비디오’ 주연 남상미
2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남상미는 “처음 연기에 입문할 때 가졌던 초심을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배우 남상미(30)는 ‘의외로’ 말솜씨가 상당했다. 부담스럽지 않은 가벼운 톤인데 정곡을 콕 집는 표현을 찾을 줄 알았다. 다음 달 2일 개봉하는 ‘슬로우 비디오’는 남다른 동체시력(빠르게 움직이는 사물을 식별해내는 능력) 탓에 정상생활이 어려운 여장부(차태현)와 생활고에 허덕이는 첫사랑 수미의 사랑 이야기. 수미 역을 맡은 그는 “(수미에게) 내 몸을 빌려줬다”고 표현했다. ‘측은한 현실도 내려놓고 웃을 줄 아는 친구’라고 했다.
―코미디보단 따뜻함이 살아 있는 영화다.
―본인 성격과 잘 맞아 보인다.
“최근 참하고 여성스러운 역할을 줄곧 했는데, 원래 성격은 초긍정적이다. 가진 것이 적음에도 주위 사람들 덕에 이만큼 왔다고 생각한다. 20대 후반에 연기가 내 길이 맞나 고민한 적도 있다. 하지만 30대가 되니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크다. 시사회를 보면서도 들떴다.”
―관객이 즐겨야지, 배우가 신나면 어떡하나.
“팔불출 같긴 하다. 그래도 배우와 스태프가 느낀 감동이 잘 전해지면 좋겠다. 장부는 세상이 슬로 비디오로 보이는 캐릭터다. 그게 이 영화에 담긴 메시지다.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다들 휴대전화만 들여다보는 삶에서 벗어나 천천히 흘러가는 구름을 보자고 손짓하는. 이 영화가 그런 쉼표가 될 수 있길. 다만 한 장면 한 대사라도.”
“길거리에서 전화로 노래 오디션을 보는 신이 그랬다. 뭔가를 간절히 바라는 절박함에 먹먹해졌다. 처음 오디션을 봤을 때의 기억도 떠오르고. 바쁘게 살다 잠깐 숨을 고르며 뒤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최근 드라마 ‘조선총잡이’에선 “바다 끝까지 가고 싶다”란 대사가 탁 가슴에 꽂혔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러고 싶은 순간, 누구나 있지 않나.”
―주로 착한 역할만 해왔다.
“운동신경이 좋아서 액션도 잘할 수 있는데. 뭣보다 악역이 너무 탐난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악한 인물.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살인마(하비에르 바르뎀)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태연하게 살인을 저지르는.”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