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충청도로]관광열차 지나는 길… 새로운 명소로 우뚝 연천역, DMZ-train 정차하는 동안 서는 지역 특산물 장에 관광객 몰려 득량역, S-train 개통 1년만에 13만명 이용… 남도의 관광지로 각광
주말인 20일 오후 4시 경기 연천군 연천역 플랫폼. 농사일을 잠시 접은 옥계마을 주민들이 저마다 보따리를 하나둘씩 들고 역 광장으로 나왔다. 경원선 ‘DMZ-train’을 타고 철원과 연천 관광을 마치고 돌아오는 승객을 맞기 위해서다.
지역 특산물인 메밀과 쌀은 물론이고 산에서 주운 밤, 밭에서 딴 나물, 과일 그리고 도토리묵 등…. 자연염색 스카프와 손수건 등도 눈에 띄었다. 종류는 많지 않았지만 저마다 정성이 가득한 것이다. 순식간에 역은 ‘반짝 장터’가 됐다.
DMZ-train, O-train 지역경제 활성화에 한몫
연천역에 장터가 생긴 것은 올 8월 초. 코레일이 DMZ-train 운행을 시작하면서 연천역에 잠시 정차하는 틈을 이용해 연천군, 주민과 상의해 만든 것. 정차하는 시간을 16분으로 늘려 주민들이 시간에 맞춰 장터를 연 것이다.
주민들은 농산물을 팔아 하루 전체 100만 원 가까운 부수입을 올렸다. 코레일은 승객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DMZ-train은 5월 개통한 이후 지금까지 4개월 동안 4만5000여 명이 이용했다. 주말 예약은 2∼3주 전에 일찌감치 마감된다.
관광열차가 서민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는 것은 또 있다. 지난해 4월 운행을 시작한 중부내륙관광열차 ‘O-train’(중부내륙순환열차)과 ‘V-train’(백두대간협곡열차)은 경북 분천과 양원에 장터를 만들었다. 인근 강원 철암, 충북 제천까지 지역 관광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충북대 사회과학연구소는 O-train 운행으로 순수하게 발생하는 파급효과를 2014년 기준으로 생산유발효과 386억 원, 취업유발 효과 666명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9월 운행을 시작한 남도해양열차 ‘S-train’은 운행 1년 만에 오가는 사람도 찾아보기 어렵던 득량역을 남도 명소로 탈바꿈시켰다. 마을 주민들은 다방, 만화방, ‘국민학교’ 풍경 등 7080 문화콘텐츠로 역 주변을 꾸몄고, 코레일 직원들은 여름에는 봉숭아, 가을에는 코스모스를 심어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특히 열차가 도착할 때에 맞춰 역장이 풍금을 치는 풍경은 다른 역에서는 볼 수 없는 콘텐츠로, 추억의 득량역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S-train은 개통 1년 만에 13만 명이 이용했고, 경남과 부산을 오가며 영호남 관광교류와 소통에도 기여했다.
관광열차 도입 초기, 지자체들은 그 효과에 대해 반신반의했다. 해당 지역에 몇 명이 내릴지도 모르고, 열차로 이동하는 관광객 수가 얼마나 되겠느냐는 의구심이었다. 하지만 관광열차가 정차하고, 해당 역과 인근 지역이 명소로 각광받았다. 열차 승객뿐만 아니라 버스로, 승용차로 관광객이 몰렸고 이제는 지자체에서도 관광열차 운행을 적극 반기고 있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5대 관광벨트 구축은 적자노선에 관광열차를 투입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고 철도라는 하드웨어와 관광이라는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코레일형 창조경제를 키워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