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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 분석] 카타르 ‘귀화열풍’ 시리아는 ‘선수기근’

입력 | 2014-09-26 06:40:00


■ 중동스포츠 ‘극과 극’

카타르, 오일머니 팍팍 귀화선수 무장
먹고살기 바쁜 시리아, 선수단 30명뿐
지정학적 요인 탓에 경제력 차이 극심

우리에게 중동은 이슬람교, 석유, 테러 같은 이미지로 떠오를 법하다. 그러나 중동은 그 역사와 땅덩어리만큼이나 다양성을 띠는 지역이다. 걸프 해(海)를 끼고 있는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바레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6개국은 석유가 나오는 부유한 국가다. 반면 서쪽 사막지대에 위치한 시리아, 요르단, 레바논 같은 나라는 석유는 거의 구경조차 못하는 빈곤국가다.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이런 살림이 빠듯하다보니 정치적 불안요소가 이 지역을 엄습한다. 최근 세계를 위협하는 테러 세력으로 성장한 IS(이슬람국가)의 거점이 시리아 북부에 생겨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런 지정학적 요인 탓에 아랍권 내에서도 경제력 차이가 엄청나고, 이는 곧 스포츠에도 파급 효과를 미치고 있다.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카타르와 시리아의 사정을 통해 중동의 극과 극을 들여다볼 수 있다.

● 카타르, ‘금메달 얼마면 되니?’

카타르엔 세금이 없다. 이 나라 여권소지자에게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월 5000달러(약 500만원)를 통장에 넣어준다. 거리에 외제차가 넘쳐나고 고층빌딩이 즐비하다. 축구장에서 티켓 추첨을 통해 100만원을 준다고 해도 당첨 따위 관심 없는 곳이 카타르다. 인구 80만명을 상회하나 절반 이상이 수단, 인도 등의 이주노동자다. 세계 3위의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량 덕에 일을 안 해도 먹고 사는데 아무 문제없는 구조다. 천국도 부러워할만한 곳이 카타르다.

이런 카타르가 유독 관심을 쏟는 분야가 스포츠다. 카타르 왕족인 알 사니 가문은 이웃나라인 아랍에미리트가 아부다비와 두바이를 내세워 문화와 경제 중심지로 삼는데 맞서 수도인 도하를 스포츠와 교육 허브로 키우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드러냈다. 2006년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2011년 축구 아시안컵을 개최했다. 유럽의 영향을 받아 축구와 핸드볼이 인기가 높은데 2015년 세계핸드볼선수권과 2022년 축구 월드컵을 유치한 상태다. 카타르 핸드볼은 지난 2월 바레인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에서 우승했고, 인천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다.

카타르의 강력함은 결국 오일달러에서 나온다. 자국 국민이 체격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자 아예 국가대표를 외국에서 수입하는 것이다. 아시안게임을 주관하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귀화선수 규정에 관해 ‘3년 이상 그 나라에서 거주’를 요건으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엔트리 15명 중 12명에 달하는 카타르 귀화선수 중 7명은 올해 아시아선수권부터 카타르 유니폼을 입고 나타난 선수들이다. 이에 대한체육회 차원에서 의문을 제기했으나 카타르가 ‘3년간 거주했다’는 증빙서류를 제출하자 도리가 없어졌다. 심증은 있는데 뒤엎을 물증이 없는 상황에서 카타르는 최정예 다국적 멤버로 아시안게임에 나선다. 한국 핸드볼의 국제통인 강재원 부산시설공단 감독은 “한국이 신장 2m6cm짜리 유럽 출신 피봇의 높이와 양쪽 윙의 스피드를 어떻게 막을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카타르는 감독부터 세계선수권을 우승시킨 스페인 출신이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엄청난 메리트를 걸어놓고 있어 동기부여도 높다. 핸드볼 관계자는 “국제핸드볼연맹(IHF)은 귀화규정이 OCA보다도 느슨하다”고 설명했다. IHF도 중동세가 점령한 상황인지라 카타르의 다국적 국가대표를 막을 방편이 없다.

● 시리아, ‘먹고 살 힘도 아낄 판에…’

카타르와 달리 오일머니가 없는 시리아는 선수수입은커녕 자국 선수관리도 힘겹다. 아시안게임에 9번째로 출전했으나 선수단 규모는 30명(여자 7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단체 종목은 언감생심이다. 레슬링 유도 공수도 육상 복싱 트라이애슬론 사이클 역도 경영 등 9개 개인종목 참가가 전부다. 오랜 전란에 시달린 이라크가 13명의 취재진을 파견한 데 비해 시리아 기자는 1명도 못 왔다.

시리아는 북한 뺨치는 알 아사드 대통령의 폭압정치로 빚어진 정치적 모순으로 미국의 경제봉쇄를 초래했다. 테러와의 전쟁에 나선 미국이 북한, 이라크와 더불어 ‘악의 축’으로 꼽은 나라가 시리아였다. 극심한 경제난 속에 민심이 분열됐고, 극단적 반군세력이 나타났는데 바로 IS였다. 미국과 유럽 기자들을 잔혹하게 참수하는 IS의 만행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은 IS 공습을 시작했는데 시리아 북부가 집중표적이다.

생존의 위협 속에서 아시아의 축제인 아시안게임은 시리아인들에게 먼 나라 얘기 같다.

인천|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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