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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쟁론]공무원연금 개혁

입력 | 2014-09-26 03:00:00


《 22일 한국연금학회 주최로 열릴 예정이던 ‘공무원연금 대개혁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공무원 노조원들의 저지로 무산됐습니다. 토론회는 열리지도 못했습니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올해에만 공무원연금 재정 적자를 메우는 데 2조 원을 넘어서는 세금을 투입해야 한다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비판합니다. 국민 대부분이 가입한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을 지적하기도 하지요. 반면 공무원 노조는 정부가 사적연금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공무원연금을 볼모로 삼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노조는 또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시스템 전체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죠. 좀처럼 타협이 되지 않을 듯한 분위기입니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둘러싼 양쪽의 주장을 소개합니다. <오피니언팀>》        
        
 



▼ 공무원들 노후를 왜 세금으로 충당하나 ▼

고성규 한국납세자연맹 부회장

공무원연금의 누적 적자가 10조 원에 달해 국가 재정을 위협하고 있다.

정치권은 그동안 몇 차례의 개혁을 추진했지만 매번 이해 당사자들의 ‘셀프 개혁’에 의존하는 바람에 무늬만 개혁이란 비판을 받아 왔다. 그사이 공무원연금은 전년도 적자분에 2조 원이 늘어 정부가 세금으로 내야 했으며 금년만 해도 2조5000억 원, 향후 2030년경에는 약 18조 원의 국민 혈세가 적자 보전을 위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군인연금을 합하면 언젠가 메워야 할 적자는 약 600조 원으로 늘어난다. 그야말로 한없이 불어나는 눈덩이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공무원연금공단과 국민연금공단의 자료를 보면 2013년 말 현재 가입별 월 수령 평균금액은 공무원연금이 1인당 219만 원으로 84만 원인 국민연금의 2.6배에 이르며 그 격차는 공무원의 직급과 근무연수가 높을수록 커진다. 또한 가입자가 낸 보험료 대비 수령액(75세 기준)의 경우 공무원연금이 11배인 반면 국민연금은 5배 수준이라는 언론 분석도 있다. 한마디로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에 비해 본인이 낸 것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받는다는 얘기다.

이 같은 현행 방식의 공무원연금 제도가 운영되는 한 적자 보전을 위해서 누군가는 세금을 더 내야만 한다. 이를 국가 재정을 유지하기 위한 제로섬 게임으로 보면 결국 공무원의 안락한 노후를 위해 투입된 재정 적자분을 형편이 열악한 국민연금 납부자가 혈세로 대신 메워줘야 하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는 대다수 납세자를 기만하는 몰염치한 행위로 조세 공평의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공무원연금이 도입된 1960년과 오늘날은 판이한 세상이다. 당시 평균수명은 60세 미만이었으나 50여 년이 흐른 지금은 80세로서 20년 이상 늘어났다. 저출산에 따른 젊은층의 감소와 노년층의 급증은 시대의 흐름으로 자리 잡았고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시기와 맞물려 경제 성장마저 저성장기에 들어선 지 오래다. 구조적인 한계로 특단의 개혁이 불가피해 보이는 대목이다.

오늘날 공무원은 다수가 선호하는 직업으로 경쟁률이 보통 수십 대 일이다. 정년 보장은 물론이고 임금 등 처우도 일반 민간기업 수준에 뒤지지 않으며 ‘갑’의 지위까지도 누릴 수 있다. 이에 반해 삼성을 비롯한 국내 30대 민간 대기업의 평균 근속연수는 10년 내외로 종사자들은 항시 구조조정 등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계약직, 임시직 위주의 중소기업은 생계 유지도 벅차 아예 말할 처지도 못 된다.

공무원들이 제기하는 퇴직금 문제 또한 우리나라는 자영업의 비율이 높아 의미가 없거나 많은 기업체가 영세하여 전체 경제활동인구 중 절반밖에 퇴직금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도 임금근로자 1800만여 명의 절반 이상이 월급여가 200만 원 미만이고 230만여 명은 월 100만 원 미만으로 드러나 이 사실을 뒷받침한다.

이런 상황임에도 공무원연금 개혁 문제는 이해당사자가 공무원이기에 녹록하지가 않다. 제 살 도려내는 아픔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 미래를 위해 대승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독일, 스웨덴 등 대부분의 선진국도 이미 10년 전에 상호 논쟁을 통해 지속 가능한 개혁을 단행했다. 일본 역시 2000년대 초부터 제도 개편을 추진해 내년 하반기부터 공무원연금인 ‘공제연금’을 없애고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후생연금’과 통합해 동일한 수준으로 운용할 예정이다.

늦어지는 만큼 부담은 배가된다. 정치권이 이미 1992년에 바닥을 드러낸 공무원연금을 방치하고 기금 고갈을 빌미로 2060년경 소진이 예상되는 국민연금을 기존보다 덜 받고 늦게 받는 조건으로 밀어붙여 대폭 개정한 것이 벌써 2007년의 일이다. 오늘날 공무원연금은 국민연금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할 정도로 재정이 취약하며 급기야 위험수위를 넘은 상태다.

정치권이 선거철의 구호만이 아니라 진정 국가를 위하고 국민을 하늘처럼 받들겠다면 서둘러 책임감 있는 자세로 납세자의 부담을 키우는 공무원연금의 개혁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번에는 과거처럼 미봉책이 아닌 필히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제대로 된 개혁을 해야만 한다. 그것만이 경기 불황으로 고통받는 납세자에게 보여줄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이다.

고성규 한국납세자연맹 부회장

▼ 노후보장 아니라 박봉에 대한 보상이다 ▼

이충재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공무원노조는 정부와 정치권력이 먼저 국민연금을 개악하고, 공무원연금을 개악하는 수순으로 공적연금을 무력화해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렇게 공적연금을 후퇴시키는 것은 공적연금을 붕괴시켜 재벌 보험사 등이 운용하는 사보험 확대를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고 공무원노조가 경고해 온 것이 정부의 지난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 발표로 사실로 드러났다.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과 자살률은 압도적으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국민연금을 ‘용돈’연금으로 바꾸고 기초연금은 있으나마나 한 연금으로 전락시켰기 때문이다. 국민의 노후가 붕괴됐다. 국민의 노후는 세계 각국이 그렇듯이 공적연금으로 지켜야 한다.

1988년 국민연금이 최초로 도입되었을 당시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연금지급액이 개인의 생애 평균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70%였다. 재정안정화라는 미명하에 1998년 1차 개혁을 통해 소득대체율을 60%로 인하하였으며, 이후 2007년 2차 개혁을 통해 소득대체율을 2008년부터 50%로 인하한 후 2009년부터 매년 0.5%포인트씩 낮춰 2014년 현재 40년 기준 소득대체율 47%에 불과하고 2028년에는 40%가 되도록 개악했다.

반면 사적연금 시장은 2013년 기준 321조 원 규모로 5년 전에 비해 약 3배 가까이 성장하고 있다. 소득재분배 기능이 있어 저임금, 저소득층에 더 유리한 공적연금은 축소되고, 사적연금은 활성화되면서 소득계층별 양극화 현상은 심화되는 실정이다.

공적연금 축소 및 사적연금 강화라는 정책기조가 변경되지 않는다면 안정적이고 자유로운 노후생활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노후생활을 보장하기도 어렵다. 사적연금에 대한 세제 지원 역시 고소득층의 재테크 수단으로 전락해 노후소득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다. 공무원노조는 이 때문에 공무원연금만 지키는 것이 아니라 공적연금 시스템 전반을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새누리당과 재벌 보험사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한국연금학회는 공무원노조가 논의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있다. 당사자를 배제한 것은 오히려 그들이다. 분명히 해둘 것은 공무원노조는 당사자를 포함해 사회 각 분야가 공정하게 참여하는 사회적 공론장을 만들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공무원연금만이 아니라 공적연금 전반을 논의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밀실에 숨어 공적연금 개악이라는 흉계를 꾸미고 있는 것은 청와대이고, 새누리당이고, 재벌 보험사들이다.

공무원연금은 제도 도입 당시부터 단순 노후보장이 아니라 재직 중 낮은 임금에 대한 후불임금, 각종 불이익을 연금으로 보상받는 인사 정책적 수단을 포함해 설계됐다.

현재 일반직 공무원의 보수는 9급 초임연봉 1900만 원이 말해 주듯이 100인 이상 민간기업 대비 77.6%에 불과하며, 퇴직금(퇴직수당)은 가장 많아도 39%밖에 안 된다.
또한 재직 중 영리행위와 겸직이 금지되고,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이 없으며, 노동기본권과 정치기본권도 제한된다. 징계와 형벌에 따라 연금도 절반으로 줄어든다. 공무원들은 재직 중 불이익을 퇴직 후 연금으로 보상해 주겠다는 역대 정부의 약속을 믿고 수해와 산불, 구제역 등에 목숨을 걸었다. 박근혜 정부가 100만 공무원과 36만 수급자, 500만 가족과의 약속을 일방적으로 깨겠다는 것이다.

재정악화의 책임도 제대로 짚어보자. 공무원연금 재정이 악화된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다. 정부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11만 명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퇴직수당 4조7169억 원, 철도청 공사 전환에 따른 퇴직수당 2227억 원, 사망조위금과 재해부조금으로 빼앗아 간 1조4425억 원, 군대 소급기여금 미납액 5863억 원, 정부가 공무원연금에서 빌리고는 이자를 한 푼도 안 낸 4700억 원, 책임준비금 미적립액 7조2000억 원 등 현재가치로 24조 원이 넘는 재정 손실을 끼쳤다. 당연히 정부가 갚아야 할 돈이다.

앞서 주지했듯이 공무원노조는 직역연금만 지키는 투쟁이 아닌, 국민연금 상향평준화를 통한 공적연금 강화를 위해 싸우고 있다. 국민의 노후 보장은 국가가 해야 할 책무이다.

공무원노조는 국민을 위해 연금 민영화를 저지하는 싸움을 앞서서 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충재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