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코리아 프로젝트 2년차/준비해야 하나 된다] [통합교육 현장을 가다] <下>에티오피아 출신 유대인 솔로몬, 이스라엘 국회의원 되기까지
에티오피아 독재 정권의 탄압을 피해 이스라엘로 이주한 시몬 솔로몬 의원이 최근 예루살렘의 크네셋(국회) 집무실에서 아프리카 출신 유대인과 이주 노동자를 위한 의정 활동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예루살렘=정성택 기자 naivecst@empal.com
현재 아프리카 출신 유대인과 이주노동자를 위한 의정 활동을 펼치고 있는 시몬 솔로몬 의원(46)의 이야기다. 19대 ‘크네셋(이스라엘 국회)’ 의원 120명 가운데 에티오피아 출신 국회의원은 2명이다. 솔로몬 의원은 “국회의원으로 성공한 것은 이스라엘의 통합교육 덕분”이라며 “울판(히브리어 교육)과 군(軍) 제도가 이주민들을 하나로 묶는 이스라엘 통합의 구심점”이라고 말했다.
○ 솔로몬의 후예, 차별을 딛고 일어서다
“부모님, 동생 2명과 함께 당시 에티오피아 독재 정권의 탄압을 피해 길을 떠났습니다. 수단으로 탈출해 이스라엘로 가는 계획이었는데 지도도 없이 걷고 또 걸었습니다. 이슬람 국가인 수단 군인들은 국경에서 눈에 띄는 사람들에게 총을 쏘기도 했습니다. 이 ‘알리야(대이주)’ 때 탈출자의 절반에 가까운 4000명 이상이 숨졌습니다.”
주변의 적국에 대응하고 국가의 힘을 키우기 위해 인구 증가가 필요했던 이스라엘 정부는 1967년 ‘6일 전쟁’ 이후 유대인들을 이스라엘로 이주시키는 계획을 수립했다. 1984년 ‘모세 작전’과 1991년 ‘솔로몬 작전’으로 에티오피아계 유대인 2만2000여 명이 이스라엘로 들어왔다. 하지만 이미 정착했던 정통 유대인 및 서유럽·북미 출신 ‘올림(이주민)’들은 에티아피아계 유대인을 차별했다. 피부색이 다른 아프리카 출신이라는 이유였다. 화장실 문화조차 알지 못했던 이들에게 미개하다는 딱지까지 붙였을 정도였다.
혈액 사건이 이런 갈등 속에 불거졌다. 이스라엘 정부는 알리야를 실행할 때마다 유사시에 대비해 이주민의 혈액을 받아 보관해 왔다. 1996년 이스라엘 정부가 에티오피아 출신 유대인이 헌혈한 혈액이 에이즈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비밀리에 전량 폐기한 사실이 드러났다. 에티오피아 출신 이주민들은 큰 충격을 받았고 인종차별이 큰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에티오피아 출신 알리야 1세대인 솔로몬 의원은 “아프리카 출신 유대인이 거의 없었던 시절인 1980년대에 너무도 큰 차별을 당했다”며 “히브리어를 배우고 군에 입대해 사회에 섞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 뒤에야 이스라엘 사회에 동화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제대한 뒤인 1994년 암논 로빈스타인 교육부 장관의 보좌관이 되면서 정치권과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솔로몬 의원은 “정부는 다양한 지역 출신자들이 화합할 수 있도록 문화적 배경을 배려한 통합 과정을 준비해야 한다”며 “수영할 줄도 모르는 사람을 아무 준비 없이 물에 보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모든 것을 해줄 수는 없지만, 제대로 된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현재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지역 출신 유대인을 위해 1, 2년간 따로 은행이나 보험 이용법 등 세세한 생활방식을 가르치는 적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솔로몬 의원은 “남북한 사람들이 같은 민족이긴 해도 70년에 가까운 분단으로 문화적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한국의 탈북자 적응 프로그램도 좀 더 북한 출신자들의 문화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새로 찾아온 사회에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자신감을 갖기 위해선 자신들의 고유한 문화를 저버리지 말아야 안정성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였다.
솔로몬 의원은 현재 이스라엘에서 문제가 되는 수단 출신 이주 노동자를 지원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그는 이주민들을 노동자 수요가 높은 지역으로 직접 연결해주는 캐나다의 제도를 벤치마킹해 법제화할 계획이다.
예루살렘=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