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지휘봉 잡을때보다 건반위를 거닐때 더 좋아”

입력 | 2014-09-26 03:00:00

정명훈, 생애 첫 피아노 리사이틀
10월 5일 창원부터 전국 순회




10월부터 전국을 돌며 생애 첫 피아노 리사이틀을 갖는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마에스트로가 지휘봉을 내려놓고 피아노 앞에 앉았다. 그러고 손끝으로 내밀한 이야기를 속삭이기 시작한다.

지휘자 정명훈(61)이 생애 처음으로 피아노 리사이틀 무대에 선다. 그는 25일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오케스트라 지휘보다 피아노 연주가 더 어렵지만, 피아니스트로서 무대에 설 때 사실 더 즐겁다”며 “이번 리사이틀은 피아노 연주를 통해 손녀를 비롯한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하고픈 말을 담을 것”이라고 했다.

지휘자가 아닌 피아니스트 정명훈의 이름을 붙인 이번 리사이틀 프로그램은 그의 삶과 맞닿은 소품들로 채워졌다. 드뷔시의 ‘달빛’은 손녀 루아를 위한 선물, 슈베르트 즉흥곡 G플랫 장조는 큰아들 진의 결혼식에서 본인이 연주한 곡이다. 쇼팽 녹턴 c# 단조는 누나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를 위한 곡이다. 이 밖에 브람스의 피아노를 위한 4곡의 소품 Op.119와 쇼팽 발라드 1번과 4번 등을 연주한다.

정명훈은 지휘자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가 걸어온 음악의 출발점은 피아노였다. 그는 1974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피아노 부문 2위를 차지하며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렸고, 이후 지휘자로 경력을 쌓아나갔다. 이따금 적은 인원으로 구성된 실내악 무대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긴 했지만, 홀로 무대에 오르는 건 처음이다.

“피아니스트는 운동선수랑 비슷해요. 훈련을 계속해야 손가락이 제대로 돌아가거든요. 예전만 할진 나도 잘 모르겠어요, 하하.”

이번 무대를 위해 그는 프랑스 프로방스 자택에 소장하던 개인 피아노를 한국으로 들여왔다. 국내 피아니스트들이 그다지 널리 사용하지 않는 오스트리아 ‘뵈젠도르퍼’ 피아노다. 그는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피아노인 스타인웨이를 남자에 비유한다면, 뵈젠도르퍼는 여자”라며 “웅장한 소리는 물론이고 작고 섬세한 소리의 표현이 탁월하다”고 설명했다.

그의 공연은 10월 5일 경남 창원 성산아트홀 공연을 시작으로 12일 대구 시민회관, 12월 27일 서울 예술의전당, 내년 1월 10일 경기 고양아람누리와 12일 대전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4만4000∼13만2000원, 1544-1555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