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정부 ‘역사교과서 국정化’ 4개案 발표… 10월 확정

입력 | 2014-09-26 03:00:00

○ 국정 여러종류… 추진과정 이념 논쟁 불보듯
○ 공기관에 위탁… 역량 안되면 검정탈락 부담




국정화 찬반 충돌 25일 교육부 주최로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에서 열린 ‘교과용도서 구분 기준안 정책연구 토론회’에서 전교조 집행부가 국정교과서 추진 반대 피켓을 들자 한국사 국정화를 주장하는 시민단체 회원들이 항의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방안을 논의해온 정부가 다음 달 확정안을 내놓기로 하고 이에 앞서 4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현행 검정제 유지 방안을 제외한 3가지 방안은 모두 정부의 개입이 강화되는 면이 있어 국정화 반대 측의 반발이 예상된다.

교육부는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 발행 기준을 정하기 위해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에서 ‘교과용 도서 구분 기준안 정책연구 토론회’를 열었다.

역사 교과서 정책연구를 맡은 최병택 공주교대 교수는 △여러 종의 국정 교과서를 발행하는 방안 △국정과 검정을 병행하는 방안 △공공기관에 의한 교과서 발행을 전제로 검정제를 유지하는 방안 △현행 검정제를 유지하되 검정 절차를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각각의 장단점을 발표했다.

역사 이외의 나머지 교과서와 관련해 당초 정책연구진은 고교 통합사회와 통합과학도 국정 교과서로 발행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이날 발표에서는 제외했다. 야당 등이 “통합사회를 국정으로 하는 것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의 사전 작업”이라며 교육부를 압박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현재 인정도서인 고교의 국어 영어 수학을 검정제로 전환하는 방안, 국정 교과서를 지금처럼 1종이 아니라 2, 3종으로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교육부가 이날 제시한 교과서 구분 기준안은 정책연구 형식을 빌렸지만 다음 달 확정안 발표를 앞둔 시점이라 사실상 정부 의중이 상당히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교학사를 비롯한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의 오류 파동을 겪으면서 해결책으로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방안을 추진해왔다. 교육부는 당초 6월에 역사 교과서 발행체계 개선안을 내놓을 예정이었으나 인사 공백 등으로 인해 9월로 지연됐다. 교육부는 역사학계와 교육학계를 중심으로 진행한 몇 차례 공청회에서 국정화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이 나오자 이날도 확정안을 내놓지 않고 최종 결정을 10월로 미뤘다.

정책연구에서 제시된 4가지 방안 가운데 1안인 여러 종의 국정 교과서 발행과 3안인 공공기관에 의한 검정 교과서 발행의 경우 사실상 국정 교과서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1안은 1974년 국사 교과서가 검인정에서 국정으로 전환된 것처럼 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되돌리자는 내용이다. 1974년 국정화 조치가 권위주의 정부의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해 특정 역사관을 옹호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점에 비춰 이번에도 1안에 대해서는 반발이 가장 심할 것으로 보인다. 3안은 검정 체제를 유지하되, 공공기관이 위탁을 받아 검정 교과서를 개발한다는 것이다. 이는 2010년 교육과학기술부가 제시한 교과서 선진화 방안과 같은 내용이다. 국정과 검정을 병행하자는 2안은 일선 학교의 채택 과정에서 국정 교과서 쏠림 현상이 벌어질 경우 검정 교과서가 사회적 비용으로 낭비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4안으로 제시된 현행 검정 체제 유지안은 여러 전문가 집단이 교육과정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으나, 지금처럼 이념과 오류 논란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더욱이 교육과정이 수시 개편 체제로 바뀌면서 교과서 검정에 필요한 시간과 인력이 부족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에서 계속 오류가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날 공청회장에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의견을 달리하는 일부 단체가 각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기자회견을 열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권의 입맛에 따라 교과서가 개정되면 학교가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희균 foryou@donga.com·전주영·임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