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도전 1]한평생 쳇바퀴처럼 돌다 퇴출… 우리네 인생 닮았구나 50대 여행작가 임택-퇴직 오권태씨
세계여행을 떠나는 오권태 씨(왼쪽)와 임택 씨가 여행을 함께할 종로 12번 마을버스 ‘은수’ 위에 앉아 손을 흔들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두 사람을 태운 은수는 10월 초 판문점에서 첫 시동을 걸고 부산항으로 향한다. 은수가 배에 실려 페루 리마 항으로 떠나면 두 사람은 비행기로 이동한다. 이후 1년간 남미 북미 북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등 5개 대륙 6만 km를 누비는 긴 여정을 시작한다. 평생 은행과 집을 쳇바퀴처럼 오간 오 씨와 수입 오퍼상으로 일하다 4년 전부터 여행작가로 일하기 시작한 임 씨가 처음 도전하는 모험이다. 두 사람은 2년 전 한 여행작가학교에서 만났다. ‘5060’이라는 공통점 덕택에 금방 친해졌고 “세계일주를 하겠다”는 임 씨의 꿈에 오 씨가 적극 동의하면서 도전이 시작됐다.
이들은 저축한 돈과 퇴직금을 털어 각자 3000만 원을 냈다. 이 정도 돈이면 호화 여객선을 탈 수도 있지만 마을버스를 선택했다. 임 씨는 “좁은 동네만 오가는 마을버스의 단조로운 인생이 집과 직장만 오가는 우리의 삶과 비슷해 보였다”며 “마을버스에게도, 나에게도 새 삶을 선물하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세계 일주를 위한 준비를 철저히 했다. 임 씨는 자동차 정비기술을 배우고 요리학교에도 등록했다. 자동변속기 차량만 운전할 줄 알았던 오 씨는 아예 대형차량 면허를 땄다. 오 씨는 임금피크제로 3년간 더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과감히 포기하고 올해 1월 다니던 은행을 그만뒀다.
6000만 원 가운데 버스 구입과 개조 비용, 운송비, 기름값 등을 제외하면 실제 여행 경비는 2000만 원 남짓. 모자라는 경비는 여행 도중 아르바이트로 충당할 계획이다. 임 씨는 “아르헨티나 목장에서 하루 일하면 5만 원 일당을 준다고 한다. 둘이서 열흘 일하면 100만 원은 거뜬히 벌 수 있을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두 사람은 “우리 같은 베이비부머들이 삶을 이유로 꿈을 내려놓지 않았으면 한다. 100세 시대인데 꿈을 가져야 남은 50년을 재밌게 살지 않겠나”라며 환하게 웃었다. 두 사람은 페이스북을 통해 마을버스 여행기를 전할 예정이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