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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협상 결렬 20분뒤… 의장 만난 박영선 “본회의 안된다”

입력 | 2014-09-27 03:00:00

[식물국회 더 늘린 국회의장]
‘분주했던 국회’ 결과는 빈손




등돌린 여야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26일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오른쪽)의 사무실을 방문해 여당의 면담 거부에 항의한 뒤 나가고 있다. 두 원내대표는 가시 돋친 설전을 벌였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본회의 개의를 결정한 26일. 국민들은 “이젠 일 좀 하라”며 마지막 기대를 걸었지만 여야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양보도 없었고 타협을 위한 대안 제시도 없이 쳇바퀴 돌듯 기존의 주장만을 되풀이했다. 이날 국회는 하루 종일 분주했지만 결과는 빈손이었다. 왜 19대 국회가 ‘식물국회’인지를 다시 한 번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 입씨름만 벌인 여야 원내대표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오전 9시 주요 당직자 회의를 열고 “야당도 국민을 바라보고 본회의에 동참해야 한다”며 전열 정비에 나섰다. 같은 시각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새누리당이 단독 국회를 강행하려는 노력만큼이나 세월호특별법 제정에 대한 성의가 있다면 국민이 편하고 국회가 편안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본회의 일정을 잡은 정의화 의장도 여야 원내대표를 불렀지만 회동은 성사되지 못했다. 그 대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따로 본관 3층에서 정 의장을 만났지만 성과는 없었다.

시간이 갈수록 여야의 태도는 오히려 강경해졌다. 비슷한 시각 새정치연합 박 원내대표가 느닷없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던 새누리당 이 원내대표의 본관 2층 집무실을 찾아갔다. 분위기는 냉랭했고 두 사람은 설전을 벌였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오전에 “만남을 회피하는 여당 (원내)대표가 어디에 있느냐”고 한 발언이 불씨가 됐다. 이 원내대표는 “내가 언제 도망을 다녔느냐”고 따져 물었고, 박 원내대표는 “저희를 야단치는 것이냐”고 맞섰다. 그러자 이 원내대표는 “(야당이) 의총을 언제 여느냐”고 다시 물었고, 박 원내대표는 “내정 간섭”이라고 반박했다. 둘의 만남은 10분여의 말싸움 끝에 허무하게 끝났다.

두 원내대표는 2차 회동도 가졌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다투고 헤어진 지 30여 분 만에 본관 3층에 있는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도시락까지 시켜 먹어가며 2시간 가까이 만났지만 두 차례의 협의가 야당의 추인 거부로 무산된 후유증은 쉽게 치유되지 않았다.

○ 여당은 본회의장, 야당은 의장실

본회의가 예정된 오후 2시가 다가오자 여야는 사생결단식으로 각자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당은 오후 1시 35분 의원총회를 소집해 단독 본회의 처리에 대비했고 의원들은 20여 분 만에 의총을 마친 뒤 곧바로 본회의장으로 직행했다.

같은 시각 야당 원내 지도부는 정 의장의 집무실을 찾아가 본회의를 열지 말 것을 강하게 요청했다. 정 의장은 오후 3시 본회의장에 겨우 입장할 수 있었다.

이처럼 여당의 요구대로 본회의는 열렸지만 9분 만에 끝나고 말았다. 정 의장이 법안 처리를 미루고 30일 다시 본회의를 열겠다는 순간 여당 의원들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본회의장 곳곳에서 의원들이 일어나 손가락으로 삿대질을 하며 “의장! 똑바로 해!” “계획대로 해요!” 등의 고성을 퍼부었다.

곧바로 오후 3시 15분 열린 새누리당의 의원총회는 정 의장 성토장이 됐다. 새누리당 원내부대표단은 “의원들의 표결권을 침해한 반민주적 의사진행”이라며 정 의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심윤조 의원 등 7명은 정 의장에게 항의하는 의미로 이날 밤 12시까지 본회의장에 남아 농성을 벌였다.

고성호 sungho@donga.com·홍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