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국회 더 늘린 국회의장] 鄭의장 성토장 된 새누리 의총
‘반쪽’ 국회 본회의 정의화 국회의장이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30일 다시 본회의를 소집하겠다”며 산회를 선포하고 있다. 오른쪽 야당 의원석은 텅 비어 있다. 야당 의원들은 여당의 단독 본회의 소집에 반발하며 불참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이날 새누리당 소속 의원 158명 중 최근 구속된 박상은·조현룡 의원과 해외 순방 일정이 있었던 나경원 의원, 문대성 의원 등 4명을 제외한 154명의 의원이 본회의장에서 대기 중이었다. 의원 겸직 국무위원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황우여 교육부 장관,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등 4명도 본회의장을 찾아 법안 처리를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김무성 대표는 산회 직후 의장실로 가 강력 항의했고, 나머지 새누리당 의원들은 긴급 의원총회를 열었다. 40분가량 이어진 의원들의 격앙된 분위기를 대화체로 정리했다.
▽의원들=“(웅성거리며) 정 의장은 뭘 믿고 30일에 하겠다는 건가.”
▽강석호 의원(재선·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오늘 정 의장이 한 말은 하나도 이해를 못하겠다. 의장 시켜달라고 애원할 때 모습하고 지금의 모습은 완전히 180도 다르다. 여기 다 (정 의장 뽑았던) 손가락 잘라야겠다. 오늘 본회의에 참석한 154명 국회의원 인격을 모독한 행동을 정중하게 사과하길 요청한다.”
▽조해진 의원(재선·경남 밀양-창녕)=“나는 올봄부터 공개적으로 정 의원이 국회의장 돼야 한다고 말했던 사람이다. 그런데 오늘 산회 선포하고 의사봉 두드린 건 날치기다. 날치기로 산회한 거다. 자기 할 말 끝나자마자 해산시키는 게 뭐냐. 이게 민주주의고 의장이 할 일이냐. 오늘부터는 국회의장이 국회 마비에 대한 중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이장우 의원(초선·대전 동)=“의장의 폭거를 간과해선 안 된다. 입법권을 지키는 수장으로서 역할을 충실하게 하지 않는 의장을 의장으로 인정하는 것도 국회의 수치다. 공식적으로 국회의장에 대한 사퇴 촉구 결의안을 새누리당 전원의 이름으로 제출할 것을 제안한다.”(의원들 일제히 박수치며 동의)
▽김 수석부대표=“방금 정 의장이 기습적으로 퇴근한 게 확인됐다.”(의원 일동 어이없다는 듯 웃음 터뜨림)
▽이완구 원내대표=“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원내대표로서 막중한 책임감 느낀다. 최선을 다했지만 이런 사태가 벌어진 데 대해 (책임지고)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
의원들은 “원내대표가 사퇴할 게 아니라 의장이 사퇴해야 한다”고 소리를 질렀다. 즉시 김무성 대표가 연단 앞에 나와 진화에 나섰다.
▽김 대표=“우선 이런 사태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사과 말씀 드린다. 30일로 본회의를 연기한다면 야당이 의사일정에 협조하겠다는 약속이 있어야 하지만 그런 약속 할 수 있는 야당 의원 그 누구도 없다. 이 원내대표가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사퇴하고 싶은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의원 여러분 이름으로 취소해주시고 발언 반려해 달라.”
김진태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법안을 처리한다고 하기에 참석했는데 의장이 며칠 뒤에 다시 하겠다고 집에 가라고 한다”며 “지금 무슨 ×개 훈련시키나”라고 비판했다.
이날 본회의 산회 직후 강은희 김동완 김한표 심윤조 윤명희 이채익 이헌승 의원 등 7명은 본회의장에 계속 남아 항의 농성을 벌였다. 박대출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의회 민주주의와 국회 운영에 조종이 울렸다”며 “국회의 수장이 국회가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근거를 빼앗아 버린 만큼 즉각 사과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새누리당은 5월 23일 정의화 의원과 황우여 의원을 상대로 19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후보 경선을 벌여 정 의원을 선출했다. 무기명 비밀투표로 실시된 경선에서 총 투표 수 147표 중 정 의원이 압도적인 101표를 얻어 46표를 얻은 황 의원을 눌렀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