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희(왼쪽)와 송미영. 인천|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 @matsri21
■ 카자흐스탄 41-30 꺾고 결승 선착
우선희 10득점·송미영 7개 슈팅 선방
마지막 우생순 세대 두 주부선수 활약
에이스 김온아 등 두꺼운 선수층 장점
특유의 조직적 수비·속공으로 金 겨냥
한국 핸드볼의 레전드 윤경신 두산 감독은 “여자 핸드볼은 아시아 수준을 넘어섰다”고 평가했다. 실제 한국은 28일 선학 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2014인천아시안게임 카자흐스탄과의 4강전을 41-30으로 낙승하고, 결승에 선착했다. 체격의 우세를 앞세운 카자흐스탄의 반격에 시소게임을 펼치기도 했으나 전반 15분부터 주무기인 속공이 살아나며 흐름을 장악했다. 후반 20분 이후 2진급을 투입하는 여유를 보여줬으나 결코 쉬운 경기가 아니었다. 대표팀 임영철 감독은 “원래 결승전에 맞춰 연습했던 전진 수비 포메이션을 감추려 했는데 카자흐스탄의 저항이 워낙 거세 꺼내 쓰고 말았다”고 고백했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대표팀이 이겨낸 원천은 ‘우생순 세대’의 끝자락에 속하는 두 명의 주부선수 라이트윙 우선희(36)와 골키퍼 송미영(39)의 존재감 덕분이었다.
● 아줌마의 힘은 위대했다!
결승 확정 직후 만난 우선희는 “4년 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못 딴 것이 아직도 억울하고 서글프다. 꼭 (당시 아픔을 줬던) 일본이 올라왔으면 좋겠다. 한일전 승리로 금메달을 목에 걸면 한이 풀릴 것 같다”고 말했다. 39세 나이에 첫 아시안게임 대표가 된 송미영도 “초등학교 5학년 아이가 있는데 친정 부모님이 봐 주신다. 운동하기 잘했다는 생각을 갖도록 하겠다”는 말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집에 돌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우선희도 “올해로 결혼 10주년인데 10년간 떨어져 살았다는 얘기다. 남편과 시댁이 이해해줘 운동을 계속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두 선수는 대표팀 은퇴에 대한 생각이 없지 않으나 정작 임 감독은 단호하다. 임 감독은 “살날도 많은 선수들인데 자꾸 마지막이라는 말 좀 하지 말아 달라. 리우올림픽까지 뛰도록 할 것이다. 위에서 이런 선수들이 없으면 어린 선수들이 힘들다”며 현역 연장 바람을 숨기지 않았다.
● 완성형에 접근한 여자핸드볼 세대교체
현 대표팀 엔트리 16명 중 절반인 8명이 1990년 이후 출생선수다. 무릎 부상을 딛고 대표팀 에이스로 돌아온 김온아(26)는 동생 김선화(23)와 자매 동반 금메달을 노린다. 또 ‘아시아 레벨을 뛰어 넘었다’는 평가를 듣는 류은희(24)가 라이트에서 버티고 있다. 은퇴를 번복하고 돌아온 이은비(24)도 레프트 윙에서 힘을 보탠다. 대표팀의 거의 유일한 약점은 장신 피봇의 층이 얇다는 점이지만 한국 특유의 조직적 수비와 속공 능력으로 커버가 가능하다. 여자대표팀의 가장 큰 장점은 선수층이 두껍다는 데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우생순 세대는 퇴장할 수밖에 없어도 여자핸드볼의 미래는 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