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정은 여자리커브양궁대표팀을 위해 어려운 결정을 했다. 어깨 부상으로 후배에게 단체전 출전권을 양보한 그녀는 아들 지훈 군과 찍은 사진을 보며 힘든 시기를 버텼다. 사진제공|주현정
‘루틴 카드’의 아들 사진 보며 매경기 투혼
부상에 단체전 출전 양보…리커브단체전 금
장혜진(27·LH), 이특영(25·광주광역시청), 정다소미(24·현대백화점)로 구성된 여자리커브양궁대표팀은 28일 계양아시아드양궁장에서 벌어진 2014인천아시안게임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을 세트승점 6-0으로 완파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어진 개인전 결승은 한국선수들끼리의 집안잔치였다. 정다소미가 장혜진을 세트승점 7-1로 꺾고 2관왕에 등극했다. 태극궁사들은 단체전 우승 확정 직후 관중석에 있던 맏언니 주현정(32·현대모비스)을 경기장 안으로 불러들였다. 주현정의 눈에선 뜨거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이들은 한동안 얼싸안고 흐느꼈다. 그 순간만큼은 금메달리스트가 3명이 아닌 4명이었다.
● 어깨 부상 주현정의 양보
대한양궁협회는 인천아시안게임 개인·단체전 출전의 원칙을 미리 정해놓았다. 5·6월 2·3차 월드컵, 8월 아시아그랑프리 등 3개 국제대회의 성적을 20%씩 합산해 60%, 여기에 아시안게임 예선라운드 당일 성적을 40% 반영해 1·2위는 개인전, 1∼3위는 단체전에 출전하는 방침이었다. 이특영은 예선 라운드를 마친 상황에서 4위에 그쳤다. 그러나 3위를 기록한 ‘맏언니’ 주현정이 팀을 위해 결단을 내렸다. 어깨 부상에 시달려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이특영에게 단체전 출전권을 양보한 것이다. 이때부터 대표팀은 눈물바다였다. 주현정은 금메달이 확정되자 “내가 딴 것만큼이나 기쁘다. 이제 동생들이 금메달을 따줬으니 내 결정에도 후회가 없다”고 밝혔다.
● 주현정의 특별한 루틴카드에는 아들의 사진이
힘든 시기 주현정이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가족에게서 나왔다. 특히 현대제철 소속의 양궁선수인 남편 계동현(31)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주현정은 이어 자신의 ‘루틴(Routine)카드’를 내보였다. 루틴카드란 평소 훈련 때 몸에 밴 것들을 압축적으로 정리한 것을 말한다. 실전에선 긴장감 때문에 자세가 흐트러질 수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만을 다시 한번 상기하며 심리적 안정감을 찾을 수 있다. 대표선수들은 모두 루틴카드를 소지하고 있는데, 이는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선수, 한국스포츠개발원(KISS) 김영숙 박사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결과물이다.
인천|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