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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언니 주현정의 양보…금메달 꽃 피우다

입력 | 2014-09-29 06:40:00

주현정은 여자리커브양궁대표팀을 위해 어려운 결정을 했다. 어깨 부상으로 후배에게 단체전 출전권을 양보한 그녀는 아들 지훈 군과 찍은 사진을 보며 힘든 시기를 버텼다. 사진제공|주현정


‘루틴 카드’의 아들 사진 보며 매경기 투혼
부상에 단체전 출전 양보…리커브단체전 금

장혜진(27·LH), 이특영(25·광주광역시청), 정다소미(24·현대백화점)로 구성된 여자리커브양궁대표팀은 28일 계양아시아드양궁장에서 벌어진 2014인천아시안게임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을 세트승점 6-0으로 완파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어진 개인전 결승은 한국선수들끼리의 집안잔치였다. 정다소미가 장혜진을 세트승점 7-1로 꺾고 2관왕에 등극했다. 태극궁사들은 단체전 우승 확정 직후 관중석에 있던 맏언니 주현정(32·현대모비스)을 경기장 안으로 불러들였다. 주현정의 눈에선 뜨거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이들은 한동안 얼싸안고 흐느꼈다. 그 순간만큼은 금메달리스트가 3명이 아닌 4명이었다.

● 어깨 부상 주현정의 양보

대한양궁협회는 인천아시안게임 개인·단체전 출전의 원칙을 미리 정해놓았다. 5·6월 2·3차 월드컵, 8월 아시아그랑프리 등 3개 국제대회의 성적을 20%씩 합산해 60%, 여기에 아시안게임 예선라운드 당일 성적을 40% 반영해 1·2위는 개인전, 1∼3위는 단체전에 출전하는 방침이었다. 이특영은 예선 라운드를 마친 상황에서 4위에 그쳤다. 그러나 3위를 기록한 ‘맏언니’ 주현정이 팀을 위해 결단을 내렸다. 어깨 부상에 시달려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이특영에게 단체전 출전권을 양보한 것이다. 이때부터 대표팀은 눈물바다였다. 주현정은 금메달이 확정되자 “내가 딴 것만큼이나 기쁘다. 이제 동생들이 금메달을 따줬으니 내 결정에도 후회가 없다”고 밝혔다.

● 주현정의 특별한 루틴카드에는 아들의 사진이

힘든 시기 주현정이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가족에게서 나왔다. 특히 현대제철 소속의 양궁선수인 남편 계동현(31)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주현정은 이어 자신의 ‘루틴(Routine)카드’를 내보였다. 루틴카드란 평소 훈련 때 몸에 밴 것들을 압축적으로 정리한 것을 말한다. 실전에선 긴장감 때문에 자세가 흐트러질 수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만을 다시 한번 상기하며 심리적 안정감을 찾을 수 있다. 대표선수들은 모두 루틴카드를 소지하고 있는데, 이는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선수, 한국스포츠개발원(KISS) 김영숙 박사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결과물이다.

보통 선수들의 루틴카드엔 줄글들이 적혀 있다. 그러나 주현정의 루틴카드엔 특별한 사진이 붙어 있었다. 바로 아들 계지훈(3) 군의 얼굴이다. “①우리 지훈이 ②괜찮아, 할 수 있다. ③타임은 짧고, 슈팅은 강하게” 주현정은 이 루틴카드를 수첩에 넣어 수시로 꺼내봤다. 경기 중 어깨에 통증이 올 때면 루틴카드에 있는 아들의 얼굴을 보며 다시 한번 힘을 냈다. 주현정은 “지훈이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그간 운동 때문에 바빠서 아들 생일을 제대로 챙겨준 적이 없었다. 다음달 생일(10월 24일)엔 엄마 노릇을 한번 제대로 하고 싶다”며 미소를 지었다.

인천|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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