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노조원과 일일이 악수한 권오갑 현대重사장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오른쪽)이 24일 오전 울산 본사 해양사업부 출입문에서 출근하는 직원의 손을 잡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날 권 사장은 비를 맞으며 직원들에게 위기를 함께 극복하자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 제공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63)은 27일 밤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토요일인 이날도 출근했다는 권 사장의 목소리는 지쳐 있었다. 하지만 노조에 대한 믿음을 이야기하는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었다. 권 사장은 노조가 파업 찬반 투표를 벌인 23∼26일 울산 본사 정문에서 출근하는 직원들의 손을 일일이 잡으며 “회사가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권 사장은 노조가 원래 26일 오후 1시까지로 예정돼 있던 파업 찬반 투표를 무기한 연장한 데 대해 “마음을 내려놓았다”고 말했다. “과반수(9000표)가 나올 때까지 투표를 하겠다는 건데 그러면 안 되는 거지만 마음을 내려놨습니다. 우리(사측)가 비판하면 뭐가 달라지겠습니까. 자신들(노조 집행부)도 입장이 난처해 그렇지 않겠습니까.”
조합원으로부터 과반수 찬성을 얻어내 파업 절차를 밟을 수 있게 돼도 파업 규모나 시기 등은 쟁의대책위원회에서 결정한다. 대개 잔업이나 특근 거부와 같은 부분 파업부터 시작해 총파업 수순을 밟는다.
권 사장은 “만약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 하루에 매출액 손실이 1000억 원 이상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2분기(4∼6월)에 회사 창립 이래 처음으로 1조1037억 원의 영업손실을 낸 현대중공업을 정상화시켜야 하는 임무를 떠안고 임명된 권 사장은 “열심히는 하고 있는데 힘들다. 쉽지가 않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투표 기간을 연장한 노조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일부 조합원 사이에서도 나오는 등 파업에 대한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노조 게시판에는 ‘집행부는 투표율이 70%라고 하면서 공개도 안 하고 파업을 안 하는가. 완패를 인정하라’ ‘투표를 하지 말라고 압박을 주는 회사나 어떻게든 표 한 장 더 받으려고 투표기한을 무기한 연장한 노조나 서로가 잘못됐다’ 등의 지적이 올라왔다.
강성노조 집행부의 생각과 달리 대다수 조합원은 파업에 부정적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결과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투표를 진행한 지 며칠이나 됐는데도 과반수를 못 채웠다는 건 대부분 파업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