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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북, 반기문 초청해도 핵 움켜쥐고는 고립 못 면한다

입력 | 2014-09-29 03:00:00


북한의 이수용 외무상이 27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방북을 요청하는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했다. 권력을 세습한 지 3년이 다 되도록 우방인 중국과도 정상회담 한 번 못한 김정은이 반 총장의 방북으로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로 보인다. 반 총장은 방북에 관심을 표명해 왔지만 북핵문제 해결의 성과를 거두기 힘든 상황에서 김정은을 국제무대에 데뷔시키는 들러리 역할만 하러 평양에 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반 총장을 미국의 퇴역 프로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먼처럼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북은 15년 만에 유엔총회에 외무상을 파견했으나 김정은 체제 출범 후에도 상황 인식에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 외무상은 대표연설에서 “우리 자주권, 생존권에 대한 위협이 제거된다면 핵 문제는 풀릴 것”이라며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비난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미국은 1994년 10월 제네바 합의 때 “북한에 대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으며 핵무기로 위협하지도 않는다”며 경수로 지원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합의를 깨고 비밀리에 핵을 개발하고 세 차례 핵실험으로 유엔과 국제사회의 제재를 자초한 쪽은 북한이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6일 북이 최근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했다는 징후에 대한 규탄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북핵을 결코 용인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북은 “우리 핵 억제력은 이미 초정밀화, 소형화 단계에 진입한 상태”라고 위협하지만 핵 포기 없이는 ‘경제건설과 인민 상황 개선’은 이룰 수 없다. 북의 참담한 인권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와 비판도 부쩍 커지고 있다.

정부도 대북정책을 탄력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유엔에서 “통일된 한반도가 핵무기 없는 세계의 출발점이자 인권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밝힌 뒤 북은 연일 극언을 쏟아내며 반발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선 북핵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중요하지만 오랜 시간과 인내가 필요한 만큼 남북관계를 인도적 분야 등 쉬운 것부터 풀어나가는 선이후난(先易後難)의 정책적 융통성을 강구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지금처럼 대화가 꽉 막힌 채 불신과 군사적 위기만 고조되는 것은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남북이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