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반기문 방북 요청]
‘반 총장의 방북 가능성’은 잊어버릴 만하면 다시 떠오르곤 하는 유엔의 단골 이슈 중 하나다. 그래서 유엔 일각에선 “반 총장이 아직도 방북을 안 하거나 못한 것이 이상할 정도”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번에도 반 총장 측은 “의례적인 내용(초청)”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반 총장은 그동안 방북 의지를 밝힐 때마다 꼭 ‘적절한 시기와 여건 아래’라는 조건을 달았다. 또 “남북한 당국이 먼저 대화하고 문제 해결의 길을 찾아가면 유엔과 자신(사무총장)은 옆에서 돕겠다”는 태도를 지켜왔다. 문제는 남북관계의 경색이 장기화하면서 반 총장이 말하는 ‘적절한 시기와 여건’이 조성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반 총장이 남북한 당국의 보조자나 조언자 기능에 그칠 게 아니라 꽉 막힌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해결사’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들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대표적 북한통인 박상권 평화자동차 사장은 지난해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반 총장을 만났을 때 ‘제발 통일에 관심을 갖고 평양에 한번 가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다.
유엔 관계자들은 이날 면담에서 이 외무상이 스스로 밝힌 ‘국제사회와의 인권 대화’ 의사가 반 총장의 방북 명분을 만들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혹시나” 기대와 “역시나” 우려 교차
한국 정부는 반 총장의 방북 결과로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나오고 남북관계 발전에 기여한다면 환영한다는 자세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유엔총회에서도 제안한 △DMZ 세계평화공원 △대북 인도적 지원 확대 △북한 경제개발 등 대북정책의 핵심 구상들이 추진되려면 모두 유엔의 협조 및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북 문제에서 국제사회와 협력을 강조해 온 박 대통령은 유엔(반 총장)과 세계은행(김용 총재)의 수장이 모두 한국인일 때 한반도 문제 해결에 첫걸음을 떼려는 의지가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핵이나 인권 문제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반 총장이 섣불리 방북한다면 북한의 선전전에 이용만 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유엔 상임이사국이자 북핵 6자회담 당사국들이 ‘유엔이나 반 총장의 한반도 역할론’에 다소 부정적인 눈길을 주는 것도 방북 결정에 걸림돌로 예상된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 윤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