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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세기의 10번기’서 구리 꺾었다

입력 | 2014-09-29 03:00:00

8국서 2집 반 승… 6승 2패… 상금 8억5000만원 ‘역대 최고’




이세돌 9단(오른쪽)이 28일 10번기에서 우승하고 구리 9단과 복기하는 모습. 한국기원 제공

이세돌 9단이 동갑 라이벌 구리(古力) 9단과의 10번기에서 우승했다. 20세기 중반 우칭위안(吳淸源) 선생이 일본의 고수들과 뒀던 치수고치기 10번기는 아니었지만 구리는 고향 충칭(重慶)에서 10번기에서 패하며 큰 내상을 입었다.

이세돌은 28일 중국 충칭의 피닉스베이 클럽에서 열린 ‘Mlily 멍바이허(夢百合) 10번기’ 제8국에서 구리에게 344수 만에 백 2집 반 승을 거뒀다. 이로써 이세돌은 종합전적 6승 2패로 승리했다. 10번기에서 먼저 6승을 거두면 상금을 독식한다는 규정에 따라 이세돌은 500만 위안(약 8억5000만 원)을 받게 됐다. 역대 최대 규모 상금.

구리에게 고향 충칭에서의 대국은 부담이었다. 티베트 라싸(拉薩)에서 열린 제7국에서 지며 내리 3연패를 당해 심리적 부담이 컸던 데다 충칭지역 스폰서가 바뀌는 등 대국 외적으로도 마음고생을 했다.

이날 두 기사는 9시간 반이 넘게 혈투를 벌였다. 백을 쥔 이세돌은 초반 흑에게 큰 세력을 주는 바람에 고전했다. 그러나 이세돌은 중후반 하변에서 국면을 흔들어 집의 균형을 맞춘 뒤 역전에 성공했다. 구리는 수를 내며 막판까지 따라붙었으나 2집 반의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이세돌의 냉정함이 돋보인 대국이었다.

대국 전에는 체조선수 출신인 구리 부인 뤼위안양(呂遠洋)과 딸 구칭(古晴·2)이 응원차 참석했다. 구리의 어머니도 검토실 한쪽에서 한동안 자리를 지켰다. 이로써 두 기사 간 공식 전적은 22승 1무 21패로 이세돌이 한발 앞섰다. 비공식 대국인 2009년 남방장성배와 2013년 천신약업배를 포함하면 24승 1무 21패로 이 9단의 우세.

이세돌은 “대국 결과와 관계없이 구리와의 우의가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세돌은 역대 한 해 우승상금 기록을 갈아 치웠다. 이세돌은 10번기 상금 8억5000만 원에 올해 상금 3억1000만 원을 합쳐 지금까지 11억6000만 원을 벌었다. 그전까지는 이창호 9단의 10억2000만 원(2001년)이 최고였다.

충칭=윤양섭 전문기자 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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