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에 서구 추상화 기법을 접목해 독특한 화풍을 선보여온 남계(南溪) 이규선 이화여대 명예교수(사진)가 26일 오후 11시경 경기 양주시의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76세.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한 고인은 기하학적인 구조에 강렬한 색채로 “먹으로 그린 몬드리안 작품 같다”는 평가를 받으며 동양화와 서양화의 이분법을 넘어서는 예술세계를 구축했다. 이화여대 동양화과 교수와 미술대학장을 역임하며 후학 양성에도 힘썼다.
2008년 대장암 선고를 받은 후 투병 중에도 올 4∼6월 경기 이천시립월전미술관에서 회고전을 열어 신작 ‘시창청공(詩窓淸供)’ ‘서창청공(書窓淸供)’ 시리즈 등 문인정신을 현대적으로 계승한 작품을 선보였다. ‘시창’은 마음의 창문, ‘서창’은 서재의 창문, ‘청공’은 선비들이 애용하던 문방구를 뜻한다. 유족으로 부인 이종선 여사와 아들 호석(동양화가) 호성(대학강사) 호영 씨(제일기획 근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