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온타케산 7년만에 분화]
27일 일본 온타케 산에서 한 등산객이 분화구에서 치솟아 올라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이 밀려 내려오는 잿빛 수증기와 토사를 피해 황급히 대피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피난소에서 만난 등산객들은 이구동성으로 “지옥 같았다”고 말했다. 나고야(名古屋)에 사는 공무원 다나카(田中·38) 씨는 부인 및 친구 5명과 27일 오전 산 정상에 올랐다. 그는 “날씨가 매우 맑아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유황 냄새가 났다”며 분화 상황을 떠올렸다.
피난소에는 연락이 끊긴 가족을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오타키(王瀧) 촌 공민관에는 살아남은 3명의 하산객과 행방불명된 등산객을 찾으러 온 가족 40여 명이 뒤섞여 있었다. 깔아 놓은 모포 위에 엎드려 우는 이들도 보였다. 이들은 TV 뉴스를 보며 구조 상황에 귀를 기울였다. 기후(岐阜) 현에 사는 하야시 미에코(林美榮子·여) 씨는 28일 기자를 만나 “남동생 부부가 등산을 했는데 남동생만 연락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조카가 전화를 걸어 ‘엄마, 아빠가 다 건강하냐’고 묻는데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일본 언론에도 등산객들의 긴박했던 상황이 전해졌다. 정상 인근 한 산장에 대피했던 회사원(45)은 산장 안에도 화산재가 스며들고 지붕에 돌이 떨어지는 소리가 이어지자 아이 2명에게 스마트폰으로 유서를 보냈다. “살아서 못 돌아갈지도 모르겠다. 주변 사람들과 의논해 살아나가 줘.” 정상 부근 공중화장실 뒤에 숨어 화를 면했다는 30대 여성은 “생사의 갈림길이었다. 살아 있는 게 기적이다”라고 말했다. 정상 인근에는 화산재가 발목까지 쌓였고 20cm 크기의 돌이 여기저기 뒹굴었다.
28일 산 정상 부근에는 헬리콥터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수증기가 끊임없이 피어오르는 바람에 구조작업은 더디게 진행됐다. 일본 정부는 총리 관저의 위기관리센터에 정보연락실을 설치해 정보 수집에 나섰으며 구조 등을 위해 육상자위대원 110명을 출동시켰다.
28일 자력으로 하산한 이들의 옷과 모자는 예외 없이 화산재로 엉망이었다. 수건으로 막은 코와 입 부분만 말끔했다. 등산로 입구에 무사히 도착하자 서로 얼싸안으며 기뻐하는 등산객들도 보였다.
한편 등산객들은 탈출하듯 온타케 산 주위를 떠났다. 온타케 산 중턱 부근에 토산물을 파는 가게는 모두 비어 있었다. 숙박업소도 각종 예약이 취소되면서 ‘화산 쇼크’를 받았다.
기소후쿠시마(木曾福島) 기차역에서 만난 70대 남성 다니무라(谷村) 씨는 “몇 년 전부터 ‘후지 산이 분화할 것’이라는 뉴스가 많이 나왔는데 정말 후지 산까지 폭발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며 우려했다.
기소(나가노)=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