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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아시아경기]국적 두번 바꾼 재일교포 소프트볼 자매

입력 | 2014-09-29 03:00:00

2004년 日 귀화, 언니 올림픽金 영광
2014년 한국국적 찾고 메달 꿈 힘 보태




재일교포 자매인 한국 소프트볼 대표팀의 트레이너 배내혜(왼쪽)와 투수 배유가(오른쪽)가 28일 태국과의 예선 경기가 끝난 뒤 인천 송도LNG야구장에서 아버지 배의남(왼쪽에서 두 번째), 어머니 박부자 씨와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인천=주애진 기자 jaj@donga.com

“간바레(힘내)!”

한국과 태국의 인천 아시아경기 소프트볼 조별 예선이 열린 28일 오전 인천 송도LNG야구장. 관중석에서 배의남(58) 박부자(56·여) 부부가 두 딸을 응원하고 있었다. 일본 교토에 사는 배 씨 부부는 딸들의 경기를 보러 26일 한국을 찾았다. 이날 딸들은 한국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더그아웃과 그라운드에 서있었다. 대표팀 트레이너 배내혜(29)와 투수 배유가(25) 자매다.

자매가 한국 유니폼을 입은 모습을 본 어머니 박 씨는 가슴이 벅찼다. 배 씨의 가족은 모두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교포다. 배내혜는 2008 베이징 올림픽 때 일본대표팀 투수로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딸이 자랑스럽고 기뻤지만 박 씨는 경기장에 울려 퍼지는 일본 국가를 듣는 것이 마냥 행복하진 않았다. 조국을 마음속에 간직해온 박 씨는 알 수 없는 서운함을 느꼈다.

자매는 2004년 일본 국적을 취득했다. 배내혜의 올림픽 출전을 위해서였다. 처음에 귀화를 반대했던 부모는 딸의 꿈을 꺾지 못했다. 딸이 미성년자여서 박 씨도 함께 국적을 바꿔야 했다. 그때를 떠올리면 박 씨는 지금도 눈가가 촉촉해진다.

끊어졌던 한국과의 인연은 느닷없이 찾아왔다. 황창근 소프트볼 대표팀 감독(56)이 자매에게 한국 팀에서 뛸 것을 권유한 것. 소프트볼은 국내 실업팀이 4개에 불과해 선수 찾기도 쉽지 않다. 세계 최강 일본의 교포 선수들을 영입해온 황 감독은 자매가 합류해준다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부부를 설득했다. 부모의 권유에 고민하던 자매는 결국 “한번 해보겠다”고 나섰다.

자매는 올해 5월 한국 국적을 회복했다. 일본 국가대표로 뛰었던 배내혜는 선수로 뛸 수 없어 트레이너(투수 코치)로 힘을 보탰다. 이들은 한국에서도 서로가 있어 외롭지 않다고 말한다. 박 씨는 “두 딸이 한국 팀에 조금이라도 힘이 되면 좋겠다. 딸들도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 배우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며 웃었다.

자매의 목표는 한국에 아시아경기 소프트볼 첫 메달을 안기는 것이다.

“TV 중계를 보면 한국 선수들이 메달을 참 많이 따더라고요. 금메달이 탐나긴 하지만 일단 메달을 꼭 하나 따고 싶어요.”(배내혜)

인천=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