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은 환자들을 위한 무기농 무농약 채소를 매일 60∼80kg가량 수경재배 하고 있다. 사진은 한 재배사가 재배 중인 채소들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위 사진). 각 과 의사들이 환자와 면담을 하기 전 환자 데이터를 보며 함께 논의하고 있다. 이 병원의 전이·재발암병원에서는 정신건강의학과와 가정의학과, 한방내과 등 여러 과 의사들이 환자들을 위해 협진 진료를 한다(아래 사진).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제공
○ 환자들을 위한 원내 수경재배 텃밭
병원 내 적지 않은 공간을 이같이 특별한 텃밭으로 가꾸는 이유는 환자들에게 신선한 식자재를 공급하기 위해서다. 올해 2월 병원 개원에 맞춰 선보인 마리스 가든에선 매일 60∼80kg에 이르는 채소를 공급한다. 풍을 막아준다는 방풍나물은 물론이고 청경채, 상추, 치커리, 케일 등 종류도 30여 가지에 이른다.
텃밭은 세균 감염 방지 등 위생관리를 위해 유리벽으로 둘러쳐져 있어 환자가 직접 식물을 재배하거나 만질 순 없다. 하지만 개원 당시 농림축산식품부는 “녹색식물을 환자가 바라보고 즐길 수 있는 것 자체가 원예치료 효과가 있다”며 큰 관심을 보였다. 오 박사는 “환자들이 링거 거치대를 끌고 산책하러 나와 5단 높이(2m 정도)의 수경재배 틀에서 재배되는 채소를 구경하고 돌아가곤 한다”며 “병원에서 채소를 직접 재배해 공급하는 곳은 여기가 유일하다”고 전했다.
○ 말기 환자들을 위한 호스피스 병동
마리스 가든뿐만 아니다. 여생을 6개월 남짓 남겨둔 말기 환자를 위한 호스피스 병동도 특별한 공간이다. 이곳엔 호스피스 병상이 40개에 이른다. 호스피스 병동이 잘 갖춰진 서울 굴지의 대학병원도 21병상이 최대인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이다.
서현정 국제성모병원 사회복지사는 “호스피스 병동은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들이 머무는 곳으로, 수익성이 좋지 않아 타 병원들은 나서서 투자하지 않는다”며 “국제성모병원은 말기 환자들을 위한 공간이 이윤 추구보다 우선이라는 신념 때문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호스피스 병동에 머무는 환자들은 재원 기간에 제한이 없다. 한 달이고 두 달이고 머물고 싶은 만큼 머물 수 있다. 서 복지사는 “이전에 근무했던 다른 대학병원의 호스피스 병동은 재원 기간을 2, 3주로 제한해 환자들이 병원을 찾아 전전하는 등 수고로움이 따랐지만 국제성모병원은 그렇지 않다”며 “중증 암환자가 대부분이어서 오래 머물러도 가격 부담은 크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 협진진료, 대면진료 이뤄지는 전이·재발암병원
그 밖에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내에 있는 전이·재발암병원도 마땅한 치료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암 환자들에게 큰 힘이 된다. 정신건강의학과와 가정의학과, 혈액종양학과, 한방내과 등 5개 분야의 의사들이 환자 한 명을 위해 머리를 맞댄다. 특히 환자 데이터를 두고 의사들끼리 논의한 뒤 환자와 의사 4, 5명이 직접 대면해 진료 상담을 이어가고 있다. 다른 과 의사들끼리 협진하는 병원은 많지만 환자와 여러 의사들이 직접 대면해 상담하는 곳은 거의 없다.
직장암 말기로 2년 4개월간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 이모 씨(54)는 “센터에 오기 전 서울의 한 대학병원을 다녔는데 그곳에선 더이상 쓸 수 있는 약이 없다며 치료를 거부했었다”며 “이곳 전이·재발암병원에선 각 과의 의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내게 건강 상태를 물어보고 필요한 치료법 등을 자세히 설명해줘 힘이 났다”고 전했다. 기선완 국제성모병원 기획조정실장은 “치료 성공률이 낮은 3, 4기 암 환자들은 암 세포가 전이, 재발될 확률이 높지만 적극적으로 진료에 나서는 병원이 드문 편”이라며 “전이·재발암병원은 이런 환자들도 통증을 이겨내고 면역력을 키울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착한병원 선정위원들은 환자들을 위해 특별한 텃밭을 가꾸고 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김명애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인증사업실장은 “환자를 위한 수경재배 정원이 성공적으로 이어져 다른 병원들이 벤치마킹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이·재발암병원의 협진 진료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장동민 전 대한한의사협회 대변인은 “한방과 양방의 협진 진료 등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돋보인다”며 “말기암 환자 치료의 실적이 통계로 나와 정부 보조로 이어질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한병원협회 사업이사 유인상 위원(뉴고려병원 의료원장)은 “남들이 적극적이지 않은 호스피스 병동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며 “이는 환자를 위한 희생과 봉사 정신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 ‘우리 동네 착한병원’의 추천을 기다립니다. 우리 주변에 환자 중심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이 있으면 병원 이름과 추천 사유를 동아일보 복지의학팀 e메일(health@donga.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인천=최지연 기자 lima@donga.com